준공 두달째 텅 빈 '잠실 리센츠상가'…왜?

상가ㆍ아파트조합, 사업이익 분배 갈등으로 분양 지연
"슈퍼ㆍ약국 한 곳도 없어"입주민들 불편 하소연

17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주공2단지 재건축아파트,5563가구) 단지 내 상가. 지난 7월 말부터 아파트 주민들이 입주를 시작했으나 지하 3층，지상 5층 규모의 이곳 상가는 아직 분양조차 못한 채 텅 비어 있다. 8월 말 입주한 인근 파크리오(잠실시영 재건축아파트,6864가구) 단지 내 상가가 7월부터 분양광고를 대대적으로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달 전세로 리센츠에 입주한 정경진씨는 "단지 내 상가에 매점,학원,약국 등 편의시설이 전혀 없다보니 담배 하나를 사려고 해도 큰길 건너에 있는 주공3단지 재건축단지 내 트리지움 상가로 가야 한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리센츠 상가의 분양이 지연되는 이유는 분양대금 이익분배를 놓고 아파트재건축조합과 상가재건축조합이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상가를 재건축에 포함시키면서 갈등 시작

1998년 당시 잠실 주공2단지 재건축조합은 아파트만 재건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잠실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아파트 재건축사업에 상가까지 포함하도록 하면서 분란의 씨앗이 됐다. 당시 재건축조합과 상가번영회는 대외적으로는 재건축조합이 주체가 되지만 내부적으로는 각자 재건축을 하는 '독립정산제'로 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후 상가 위치와 면적 등을 놓고 또다시 갈등이 빚어졌다. 당초 단지 내 중앙에 들어설 계획이었던 상가를 상가 조합원들의 요구로 신천역 주변으로 옮기고 부지 면적도 기존 부지(3517㎡)에다 아파트 조합 부지(3504㎡)를 보태 확대키로 계획이 변경된 것.이 같은 변경은 ㎡당 908만원(평당 3000만원)에 부지를 상가조합에 매각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에 아파트 조합원들이 헐값 매각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이를 합의해준 아파트조합의 조합장은 2005년 비리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아파트조합은 부지매각 자체가 원천무효라며 일반 분양금 수입을 나눠 달라고 요구했다. 상가조합 측은 그러려면 건축비도 부담하라며 이를 거부했다. 결국 상가조합은 아파트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아파트 조합도 맞소송으로 맞섰다.

◆승소로 유리해진 상가조합

잇따른 소송에서 고등법원이 지난 7월 말 상가조합의 손을 들어주면서 판세는 상가조합 쪽으로 기울었다. 마침 송파구도 이달 말까지 분양신청을 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일반 분양이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가조합 측은 일단 지난 11~12일 트리지움 상가 5층에서 조합원 분양신청과 호수 배정,계약 등을 마치고 이달말까지 송파구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아파트 조합에서 최종 승인을 거부하고 있어 상가 조합의 뜻대로 분양 일정이 진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대외적으로 사업 주체는 아파트조합이므로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하려면 아파트조합의 승인이 필요하다.

상가조합 관계자는 "아파트조합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지면서 매일 1000만원가량을 배상금으로 물어내야 하는 등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굳이 아파트조합의 승인이 없더라도 일반 분양을 할 수 있도록 법원에 최근 새로운 소송을 냈다"고 설명했다. 일반 분양가격은 3.3㎡당 5000만~6000만원(실평수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가격은 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 승인을 받은 이후 최종 결정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윤형훈 인턴(한국외대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