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격 드러난 MB정부 부동산 정책] 집값 떨어져도 보유세 늘게 한 '대못' 뺀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는 '국세'냐 '지방세'냐 하는 세목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지만 납세자 입장에서는 주택(부동산)을 보유한 대가로 내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별 상관이 없다. 실질적인 세 부담이 얼마나 달라지느냐 하는 점이 오히려 더 큰 관심사다.

이런 점에서 보면 주택 보유세의 새로운 과세표준 산정 방식으로 발표된 '공정시장가액(fair market value)'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종부세와 재산세에 각각 다른 공정시장가액 비율(공시가격 대비 몇%)을 적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과표산정 방식 왜 바꾸나

정부가 새로 도입키로 한 공정시장가액은 납세자의 세 부담 능력을 고려해 시가(공시가격)의 일정 범위(종부세는 80%±20%포인트로 결정) 내에서 과표를 탄력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방식이다. 세법에서 탄력세율(유류세 등)을 운용하는 사례는 있지만 과표 자체를 탄력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탄력 기준가격제도'를 도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도입하는 까닭은 지난 정부 때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과표적용률을 매년 올리기로 한 것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서다. 참여정부는 2009년(종부세) 및 2017년(재산세)을 목표로 보유세 과표적용률을 단계적으로 100%까지 끌어올리도록 법률 자체에 '대못질'을 해놨다. 따라서 올해처럼 집값이 떨어지는데도 보유세 부담은 급격하게 늘어나는 상황이 벌어져도 정부 차원에서 마땅히 조절할 방법이 없었다. 따라서 정부는 공정시장가액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고 종부세(80%)와 재산세(미정)에 각각 공시가격의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식으로 법률을 개정키로 했다. 아울러 20%포인트 범위 내에서 반영률을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을 시행령으로 정부에 위임해 부동산 시장 상황이나 경제 여건에 따라 세 부담을 탄력적으로 조절해주기로 했다.



◆"내년 재산세 늘어나지 않아"
기획재정부는 종부세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을 현행 공시가격의 80% 수준에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부동산 가격 변동 시 세금이 부담 능력에 비해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하향 조정'하는 게 기본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종부세 과표는 지난해 수준에서 항구적으로 동결되거나 더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다만 지방세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과표 기준으로 공정시장가액 개념을 도입한다는 원칙에만 합의했고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을 공시가격의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정할지는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우에 따라서는 종부세와 동일하게 80%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재산세 과표적용률이 단숨에 공시가격의 80%로 불어나서 내년 재산세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 여야 합의로 올해 재산세는 공시가격의 50% 수준에서 사후 정산할 예정이다. 공정시장가액 도입으로 내년 종부세가 줄어드는 대신 재산세가 늘지 않겠느냐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정부는 밝혔다. 윤영선 재정부 세제실장은 "재산세 주무 부처인 행안부가 결정할 사항이지만 주택분 재산세가 올해보다 크게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구 행안부 지방세운영과장도 "세부 사항은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현재 보유세 개편의 큰 방향은 국민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것인데 재산세만 더 늘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