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주택·종부세 기준 9억으로 높이지만 주택대출 기준은 안올린다

정부가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의 고가주택 기준을 6억원 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지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관련 규제의 6억원 기준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관련 세제를 대폭 완화한 상황에서 금융 관련 규제까지 완화할 경우 부동산 시장이 또다시 과열되거나 투기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LTV와 DTI 기준을 당분간 조정할 생각이 없다"고 23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혼란을 겪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나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은 LTV와 DTI를 활용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왔기 때문"이라며 "금융 불안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LTV와 DTI 완화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LTV나 DTI 규제에 일부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부동산 가격이 완전히 안정될 때까지는 어떤 형태로도 손을 대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6억원 이상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금액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제도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6억원 미만 주택에 대해 LTV 60%를 적용(최대 3억6000만원)하는 반면 6억원을 갓 넘는 주택에 LTV의 40%(2억4000만원)까지만 대출해주는 역차별 문제도 그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DTI도 6억원 초과 주택은 40% 이내로 제한하고 있지만 6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60% 한도 내에서 자율 규제하도록 돼 있다.

또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이 같은 불합리한 점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세제를 완화해준 만큼 금융 규제까지는 풀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

< 용어 풀이 >

◆주택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주택가격 대비 담보대출 가능액 비율.LTV가 낮으면 주택가격이 다소 하락하더라도 대출한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유지된다.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금융회사에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의 합계액이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대출자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연체 가능성도 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