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자 등돌리는 외국인들…FDI 유치 세계 60위로 '미끄럼'

교육수준 등 잠재력은 높지만 노사분규·수도권 규제에 '발목'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24일 내놓은 '2008년 세계투자보고서'에 나온 한국의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FDI)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중국 일본 인도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경쟁국에 모두 뒤지는 것은 물론 그 규모 역시 일본 인도 싱가포르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로 한국의 FDI 순유입액은 2004년 90억달러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감소,지난해엔 26억3000만달러까지 줄어들었다. 급기야 지난 상반기 FDI 유입액에서 유출액을 뺀 금액은 마이너스 8억8610만달러(한국은행 발표)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은 교육 수준(1위)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높은 연구개발(R&D) 지출(6위) 등에 힘입어 FDI 잠재력 지수를 전년과 비슷한 19위로 유지했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지만 FDI 성과 지수는 7계단 하락한 130위까지 밀렸다.

UNCTAD는 한국의 FDI 순유입액 급감 이유를 낮은 경제 성장률과 고유가,인수·합병(M&A) 감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식경제부는 이와 관련,"외국인 투자의 집행 시점이 늦어지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LG필립스LCD로부터 22억달러,외환은행으로부터 11억달러를 회수하는 바람에 FDI 금액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UNCTAD와 지경부의 분석에 동의하면서도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됐던 정책에 외국인들이 실망한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정책이 지역 균형발전 및 수도권 규제 유지.김완순 고려대 명예교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수도권에 공장 설립이 어려울 경우 다른 지역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투자 자체를 포기한다"면서 "여기에 정부기관의 상충된 법 적용에 따른 사업 지연도 투자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행정중심 복합도시 등을 개발하면서 지방의 땅값마저 폭등함으로써 한국 투자 비용이 급증한 것도 외국인들로 하여금 한국 직접 투자를 망설이게 만든 것으로 파악된다. 노사 분규가 끊이지 않는 점도 외국인들이 한국을 투자 대상국 리스트에서 제외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국제 시장조사기관 월드마켓리서치센터(WMRC)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투적 노동조합과 각종 시위 증가가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전투적 노동운동은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가 급감하는 중대 요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FDI 조사 결과가 이명박 정부의 정책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전 세계가 국가 단위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국가 균형발전과 동시에 수도권 경쟁력 강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의 FDI가 공장 설립 등 그린필드형보다는 M&A형으로 주로 이뤄지는 만큼 외국인의 국내 기업 인수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도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없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HSBC의 외환은행 포기에는 우리 정부가 실기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지적한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