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징크스' 깨고 여야 상생모델 구축

행정 개편ㆍ민주 對北채널 활용 합의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간 회동은 극한대결로 치닫던 여야 간에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 5월 이 대통령과 손학규 당시 통합민주당 대표 간 회동 땐 미국산 쇠고기 파문 대처 등을 놓고 이견만 확인하면서 여야 관계가 더 경색되는 국면을 맞이했으나 이날 회동에선 7개항의 합의문을 도출해 냈다.

양측은 모두 "할말은 다 했고,생산적이었으며 상생의 모델을 만들었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경제살리기'와 '민생 정기국회'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큰 틀에서 뜻을 같이했음에도 종합부동산세제나 지역균형 발전 등 각론에 들어가선 접점을 찾지 못해 '미완의 합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생산적 회담"=회동이 끝난 후 정 대표는 "생산적 회담이었다"고 말했으며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도 "이전의 영수회담에 비해 내실 있었다"고 평가했다. 국정운영기조에 대한 야당의 지적을 이 대통령이 일정부분 수용했다는 측면에서 "놀라운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반응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회담 결과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며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만남이었고,이번 회동을 계기로 앞으로 여야 관계가 확실하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경제살리기,저탄소 녹색성장,지방행정구역 개편,남북문제,정기국회 등에 대해 초당적으로 대처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대통령과 야당대표 간 수시회동에도 합의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회동이 성공보다는 실패한 사례가 훨씬 많았다는 점에서 양측은 이번 회동이 갖는 상징성과 의미를 크게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야당대표를 '국정 동반자'로 인식하고 필요할 때마다 수시회동을 갖기로 한 것이나 청와대 정무수석과 관계 기관장으로 하여금 주요 국정 현안을 야당 대표에게 사전 브리핑하도록 한 것은 이 대통령의 대야 소통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청와대는 의미를 부여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날 합의 사안의 구체적 진전을 위해 실무 차원에서 수시로 만나기로 해 후속조치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철학적 차이 있었다"=그러나 상당수 민감한 이슈에 대해 이 대통령이 즉답을 피한 채 원론적인 발언만 내놓으면서 명확한 결론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특히 종부세 문제와 관련해 정 대표는 부자를 위한 감세라는 우려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정부의 주된 주안점이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안정이다. 세금폭탄이란 반발까지 했던 잘못된 세금체제를 바로잡자는 취지"라고 설명한 뒤 "민주당의 대안이나 의견도 챙겨 보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종부세 등 각종 세제나 국가균형 발전 등과 같은 부분에 대해선 철학적 차이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정 대표가 촛불시위자에 대한 보복성 수사 중단과 수배자의 수배 해제를 요구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은 "공정하게 처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민영 미디어랩을 포함한 언론 문제,공기업 민영화 등에 대해서도 충분한 토론이 있었으나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때문에 정기국회가 민생경제 살리기를 위한 생산적 국회가 되도록 한다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첨예한 이슈에 대한 여야 간 갈등의 강도는 기대만큼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홍영식/노경목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