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구제안 합의 일단 실패

오바마ㆍ매케인과 백악관서 3자회동 이견노출
부시 "의회와 협력 지속…법안 통과될것" 성명

미국 정부가 의회에 승인 요청한 7000억달러 규모의 금융권 구제금융법안이 암초를 만났다. 집권당인 공화당이 구제금융의 틀 자체를 '보험식'으로 바꾸자며 브레이크를 걸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ㆍ하원 금융위원회는 25일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부가 제출한 구제금융법안과 관련해 기본적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총 7000억달러 중 의회가 2500억달러를 1차적으로 우선 승인하고,1000억달러는 정부가 긴급한 필요성을 입증하면 추가 승인하며,나머지 3500억달러는 추후 특별 승인하겠다는 식으로 조율했다는 것이다. 또 부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와 모기지 증권을 정부에 매각하는 금융업체 임원들의 보수 제한과 재무부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대한 의회 감독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에 다우지수는 오전 한때 200포인트 넘게 치솟았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가 이날 오후 4시 백악관에서 긴급 회동을 가진 후부터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기대와 달리 회동이 최종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데다,에릭 캔터 등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정부의 구제금융안과 전혀 다른 '보험식' 구제금융안을 제안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보증받지 못한 모기지 증권의 절반에 대해 보험펀드를 만들어 별도로 보증,시중에서 거래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정부가 직접 사줄 때보다 국민세금 투입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매케인 후보가 새 안을 뒤늦게 지지하는 바람에 민주당과 공화당 간 견해차가 커졌다.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겠지만 공화당 의원들이 정부의 구제금융안을 계속 거부한다면 법안이 통과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26일 백악관에서 긴급 성명을 통해 "의회와 구제금융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궁극적으로는 구제금융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은 이날도 구제금융 계획에 대한 논의 재개에 들어갔다. 한편 구제금융안 합의 실패로 인해 전 세계 자금시장에 현금 수요가 급증하자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음 주에 350억달러를 풀기로 했으며 영국과 스위스 호주 일본 한국의 중앙은행들도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 진정에 나섰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