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흩어진 월街 금융인재 사냥하기

윤계섭 < 서울대 교수ㆍ경영학 >

"이렇게 좋은 날에 웃음이 안 나오네요. " 증권업계 인사들의 말이다. 그럴 만도 하다. 9월18일 우리 증시는 숙원이었던 FTSE의 선진국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그러나 증시에 드리운 먹구름은 좀처럼 걷힐 줄 모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거래로 유발된 미국발 금융 위기가 아직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어스턴스,리먼 브러더스,그리고 메릴린치 등 대형 투자은행들이 간판을 내리고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가 은행 지주회사로 변신을 했지만 유동성 위기와 널뛰기 장세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그리고 AIG를 인수하고 대규모 구제 금융책을 내놓는 등 연일 구제 방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위기의 주범인 주택가격이 좀체 하락세를 멈출 줄 모른다. 미국주택기업감독청에 따르면 7월 중 주택구매가격은 1년 전에 비해 5.3%나 떨어졌다. 올해 주택판매는 2005년보다 29%나 줄어들고 판매 가격의 중간값도 4~7%나 하락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침체기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번 금융 위기는 우리에게는 금융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월스트리트에는 현재 해고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해고 사태는 이미 지난해 중반부터 시작됐다.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 등 모기지 대출 관련 업체들이 대규모 정리 해고를 했다. 모건 스탠리는 약 300명을,HSBC는 700여명을 해고했다. UBS는 1500명에게 해고통지서를 보냈다. 해고 열풍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베어스턴스가 JP모건에 의해 인수되었을 때 9000명이 직장을 잃었다.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을 한 뒤에는 직원 중 4분의 3 이상이 실직을 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메릴린치 인수도 비슷한 결과를 갖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닷컴 버블 붕괴와 9ㆍ11 테러로 월스트리트가 타격을 입었던 2001년보다 훨씬 큰 규모의 해고 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융 인재들이 모여 있는 월스트리트가 거대한 구직 센터로 변하게 됐다. 정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규제 완화책을 내놓는 등 금융투자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제도 개혁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에 가장 큰 문제는 전문인력의 부족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 직원 중 전문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되지 않는다. 국내 10대 증권사 IB부문 인력은 골드만삭스의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15년엔 1만여명의 금융 전문인력이 모자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물론 인력 확보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미 세계 각국이 월스트리트의 금융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 최대의 금융 허브를 꿈꾸는 상하이는 주택임대료 지원,개인소득세 환급,무료건강진단 실시 등의 파격적인 조건으로 금융 인재를 유혹하고 있다. 지난해 400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오일달러를 벌어들인 걸프협력기구(GCC) 회원국들도 마찬가지다.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도 금융 산업 육성에 나섰다.

인재 스카우트의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인수 합병에는 위험 부담이 따른다. 페인웨버를 인수한 UBS는 고비용과 이윤 감소로 재분할을 검토 중이다. 자체적인 인재 육성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많은 기업들과 대학,그리고 연수원 등이 자체적인 인재 육성에 진력하고 있지만 교육 과정을 갓 이수한 인재는 경험과 경력이 부족하다. 이제 외국 투자은행(IB)을 직접 인수하지는 못할 망정 훌륭한 인재를 모을 때다. 성공한 IB는 훌륭한 인재로부터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