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자르기전에 전등부터 꺼야…"...日 미라이공업 야마다 아키오 창업자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불안하다. 기업들로선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을 수 없다. '비용절감'이 새삼 경영화두가 된 요즘 '자린고비 경영의 극치'로 평가받는 일본의 중견기업 미라이공업을 찾았다. 전기자재업체로 연간 매출 260억엔(약 2800억원)인 이 회사는 '비용절감의 교과서'로 삼성전자 포스코 등도 벤치마킹할 정도다. 지독하게 아끼면서도 직원만족 경영을 실현해 창업 이래 40여년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이 같은 성공 경영 비결은 무엇일까. 미라이공업 창업자인 야마다 아키오 상담역(76)을 반짝 더위가 찾아온 지난 24일 기후현 본사에서 만났다. 본사 2층에 있는 10여평 크기의 상담역 방에 들어서면서 기자는 멈칫했다. 야마다 상담역은 흰색 러닝셔츠에 팬티 바람이었다. 당황한 기자를 아랑곳 않고 그는 "벌써 인터뷰 시간이 됐냐"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옷걸이에 걸려 있는 바지와 셔츠를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왜 옷을 벗고 있는지."더울 때 옷을 벗고 있으면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된다. 옷 입고 덥다며 에어컨 돌리는 건 낭비다. "

―미라이는 철저한 비용절감으로 유명하다. 어떤 걸 줄이는가.

"불필요한 건 모두 없애고 줄였다. 우리 회사에는 업무용 승용차가 없다. 회장도 사장도 모두 자기 차를 타고 다닌다. 업무용 차는 미니 승합차 정도다. 승용차보다 휘발유를 훨씬 덜 먹는다. 회사 공용 휴대폰도 없다. 영업직원에게도 휴대폰을 주지 않는다. 곳곳에 널려 있는 편의점에만 가면 싸게 공중전화를 쓸 수 있는데,뭣하러 비싼 휴대폰을 쓰나. 사무실 내 복사기도 직원 350명당 1대꼴이고,정문에 경비실은 있지만 경비는 없다. "―다른 기업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직원들의 임금을 깎거나 인력을 감축하기도 한다.

"바보 같은 짓이다. 임금을 줄이기 전에 다른 부분에서 아낄 것이 많다. 직원 임금을 깎았다는 회사를 가보면 복도에 전등이 훤하게 켜져 있다. 왜 전등부터 끄지 않나. "

―아낀 비용은 직원을 위해 쓴다고 들었다. "그렇다. 우리 회사는 잔업이 없지만 잔업이 있는 회사 직원과 월급이 똑같다. 단위시간당 임금이 더 많은 거다. 연간 보너스도 일본 기업 평균은 3개월분인데,우리는 5.5개월분을 준다. 월급을 많이 받으면 그만큼 더 열심히 일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유교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

―직원들에게 무조건 '당근'만 주면 게을러지는 사람은 없나.

"당근을 먼저 주면 직원들은 더 열심히 일한다. 대부분 회사는 성과를 보고 나중에 당근을 준다. 그러면 동물들과 다를 게 뭔가. 사람은 먼저 당근을 줘서 배부르게 해줘야 더 열심히 일한다. 그런 믿음을 갖고,회사 분위기를 잘 만들면 게으른 직원은 생기지 않는다. "―과거에 선풍기로 명단을 날려서 간부를 뽑은 적도 있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사실이다. 회사를 증시에 상장하려고 하는데,정부에서 요구하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예컨대 경리부 인사부 같은 걸 만들라는 거였다. 당시 우리 회사에는 그런 부서가 없었다. 돈이 아까워서 안 만들었다. 정부 요구대로라면 당시 20명이던 과장을 45명으로 늘려야 했다. 25명을 누구로 뽑을까 고민하다가 후보자 명단을 선풍기로 날려 멀리 날아간 이름 순서대로 그냥 뽑아버렸다. "

―'직원만족 경영'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40여년 전 회사를 창업할 당시 우리 경쟁사는 마쓰시타 도시바 등 쟁쟁한 대기업들이었다. 처음부터 이들과 똑같이 해선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다르게 하자.차별화로 승부하자'고 결심했다. 주먹만한 회사가 사원이 수만명인 대기업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

기후하시마(기후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