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집전화 시장의 반란

집번호 그대로 요금 싼 인터넷전화 가능
KT 아성에 LG·SK 등 후발주자 도전장


집전화 시장이 통신업체의 격전장으로 바뀌고 있다. 이달 말께 기존 집전화 번호를 그대로 쓰면서 요금이 저렴한 인터넷 전화로 바꿀 수 있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도입되면서 KT가 독식해 온 집전화 시장이 본격 경쟁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LG데이콤,SK브로드밴드,삼성네트웍스 등 후발 사업자들이 인터넷전화를 앞세워 유선전화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KT 아성에 도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번호이동제,시내전화 반란의 기회

인터넷 전화는 기존 집전화와 달리 가입자 간 무료통화,시내외 동일 요금(3분당 38~39원) 등이 적용돼 통신요금이 평균 30% 싸다. 게다가 10월 말 번호이동제가 시작되면 인터넷 전화에 가입할 때 불법·음란 스팸 전화로 오인받던 식별번호(070-XXXX-XXXX) 대신 기존 집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 전화 번호이동제 도입은 시내외 전화망이 없는 후발 사업자들이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해 사실상 시내외 전화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회다. LG데이콤,SK브로드밴드,삼성네트웍스 등 후발사업자들이 집전화 시장의 반란을 꿈꾸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10%이상 점유율 노리는 후발사

지난해 6월 말 인터넷 전화 시장에 뛰어든 LG데이콤은 8월 말 기준 93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연말 목표는 140만명이고 내년 중에는 200만명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유선전화 시장 전체 가입자가 2300만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LG데이콤의 집전화 점유율이 10%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SK브로드밴드도 번호이동제 도입을 계기로 집전화 간판 상품을 유선전화에서 인터넷 전화로 바꿨다. SK브로드밴드는 8월 말 기준 198만명(점유율 8.6%)의 유선전화 가입자를 확보해 이 분야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10월부터는 기존 유선전화 가입자들의 번호이동을 적극 권장하는 등 인터넷 전화 판매에 올인할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기존 유선전화와 인터넷 전화를 포함해 내년 중 최소한 집전화 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8월 말 기준 30만명의 인터넷 전화 가입자를 확보한 삼성네트웍스도 내년 가입자 유치목표를 100만명 이상으로 정했다. 후발 사업자들이 공격적으로 가입자 유치에 나선 만큼 현재 90%대인 KT의 집전화 아성이 흔들릴 공산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KT,가입자 2000만 방어에 사활

후발사업자들의 공세에 맞설 KT의 수성 카드는 유선전화와 인터넷 전화를 병행하는 전략이다. 인터넷 전화는 요금이 저렴하지만 정전될 경우 통화가 안되고 긴급통화를 할 때 위치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비상 시에도 항상 통화가 되고 위치 추적이 되는 유선전화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게 KT의 1단계 전략이다. KT는 만일 가입자 감소세가 커지면 후발사에 준하는 저렴한 요금의 인터넷 전화를 조기 도입해 맞불을 놓는다는 2단계 전략도 짜 놓았다. KT 관계자는 "일정 부분 가입자 감소가 불가피하더라도 가입자 2000만명 선만은 방어하겠다는 게 내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전화에 가입하려면 통신사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번호이동을 하는 경우 신청 후 처리기간이 5∼7일이 걸린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