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제금융안 부결 '후폭풍'] 美 구제금융 2일 수정안 처리로 '가닥'

미국 하원이 9일간의 진통 끝에 행정부와 의회가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한 구제금융법안을 왜 부결시켰을까. 향후 구제금융법안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이며,최악의 경우 다른 대안은 있는 것일까.

구제금융 입법안에 반대한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은 모두 228명(민주당 95명,공화당 133명)이다. 이들은 국민세금으로 월가를 구제할 수 없다는 지역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11월4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의회선거를 의식해 당 지도부의 압력보다 지역구민들의 눈치를 본 것이다. 법안 찬성으로 자신의 의원직을 걸고 싶지 않았다.
폭스비즈니스닷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4%가량이 구제금융 입법안에 찬성한 의원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고 답했다. 표를 주겠다는 답변은 10%에 불과했다.

특히 민주당 하원의원과 공화당 하원의원끼리 맞붙는 곳 중 백중세로 나타난 18개구 의원들 가운데 법안에 찬성한 의원은 3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월가 부자들을 위해 세금을 헌납할 수 없다는 반발감이 상대적으로 크게 일고 있는 빈곤지역 의원들이나 흑인,히스패닉계가 많은 지역 의원들에게서도 반대표가 많은 것으로 추정됐다.

민주당 소속의 데이비드 오베이 하원의원은 "일부 의원들이 지역구 선거에 이기고 싶어 나라 망하는 꼴을 선택했다"고 공화당원들을 비난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이 잠정합의안 타결 직후 금융위기를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 책임으로 몰아붙인 것도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회가 구제금융법안을 결국 통과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많기 때문이다.

현재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4가지로 △미 하원이 기존 법안으로 표결 재강행 △미 상원이 하원에 앞서 우선 표결 △상.하원이 기존 법안을 수정한 후 재의결 △다수당인 민주당이 2차 경기부양 법안까지 병행해 의결을 강행하는 것 등이다. 이 중 수정법안을 상정해 통과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상원은 이르면 1일(현지시간) 소집되고,하원은 2일 재소집될 예정이다. 통상 대선일 전의 의회 휴회도 취소키로 했다.

관건은 228명의 반대파 의원들을 최대한 설득,최소한 12명의 마음을 찬성 쪽으로 돌려 과반수를 넘는 217표(기존 찬성표+12)를 확보하는 것이다. 일각에선 차선책(플랜B)도 거론되고 있다.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금융구제안이 기대하는 효과를 내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플랜B'가 있다"면서 "주택압류 모기지를 정부가 대거 인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30년대 대공황 때 도입했던 주택소유자대출공사(HOLC)와 같은 기구를 만들어 사태를 수습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부결 직후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한 점도 주목된다. 정부가 최후의 수단으로 금융회사들의 채권을 직접 매입,유동성을 지원하는 방법이 동원될 것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채권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어 동원하기가 쉽지 않다. 정책금리의 과감한 긴급 인하도 예상되고 있으나 현재의 위기는 금리가 높아 자금이 융통되지 않는 게 아니라 시장의 신뢰가 무너져 금리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제 인하 여부는 불투명하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