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제금융안 부결 '후폭풍'] M&A·IPO시장에도 '불똥'…대우조선 매각일정 조정

국내외 금융위기로 인수·합병(M&A)시장과 기업공개(IPO)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당장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불참까지 고려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매각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대우조선의 매각이 지연되면 이어 추진될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에도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금융 산업은행 등의 정부 지분 매각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주가 급락으로 기업들의 증권시장 상장계획이 줄줄이 보류됨으로써 증권시장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 마련 계획도 연기되거나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30일 대체투자위원회를 열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참여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회의를 연기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우조선 투자건과 관련해 두 달 전 투자 조건을 협의할 당시에는 상당히 좋은 조건이라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현재 진전된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투자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투자하지 않는 것도 국민연금의 선택 중 하나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고 있으며 채권 금리는 오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우조선이 아니라도 투자할 데가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의 불참 검토 소식이 전해지자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매각 일정 연기를 논의 중이다. 업계에선 산업은행이 당초 오는 13일까지 최종입찰서를 받을 계획이었지만 최종입찰서 마감 시한이 열흘 정도 늦춰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인수 후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10월 안에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늦어도 10월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매각 일정의 지연으로 하이닉스 매각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껏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 GS LG 한화 등은 "검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은행들도 자금이 말라 있는 지금의 시장 상황에선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채권단 내에선 올 11월부터 매각에 착수한다 하더라도 내년 상반기 매각은 어렵다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금융 지분(22%)을 올 하반기 중 매각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로선 일정조차 못 잡고 있다. 우리금융의 주가는 지난 5월까지만 하더라도 2만원을 웃돌았지난 이제 1만2000원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정부는 최소 1만7000원 근처에서 팔아야 투자원금을 건질 수 있다. 산업은행 역시 내년 상반기 상장 이전에 세계 주요 투자은행에 지분 15%를 먼저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이와 더불어 롯데건설 진로 동양생명 포스코건설 등 올 하반기 증권시장 상장을 계획해 왔던 기업들은 상장 시점을 내년 상반기께로 미뤘거나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욱진/안재석/박준동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