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조직 지는 조직] (1) 창의성의 비밀‥유레카는 없다 … 생각의 물구나무를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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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이 평생을 기울여 연구한 분야는 사실 연금술이었다. 그는 사과가 떨어지는 원리를 깨닫기 전까지 무려 25년 동안 가망 없는 연금술 연구에 매달렸다. '종의 기원'을 저술한 찰스 다윈 역시 원래 지질학자였다. 그는 1831년부터 1836년까지 남아프리카를 탐험하면서 수천페이지에 달하는 과학노트를 작성했지만 진화론에 관한 내용은 한 문장도 없었다. 그가 진화론에 눈을 돌리게된 것은 "만약 지질이 바뀌고 있다면 동물들도 스스로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다.
평생 동안 놀라운 창의성을 보여줬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하찮은 아이디어를 무수하게 쏟아냈다. 그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비행기계 제작을 위해 수년 동안 날개를 연구했지만 공기의 흐름이 만들어 내는 양력으로 비행기가 뜬다는 사실을 끝내 알아차리지 못했다. 셰익스피어와 피카소는 세기의 대작들을 만들어낸 천재들이었지만 그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작품들보다 몇 십배나 더 조악한 작품들을 창작한 적이 있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의자를 갖고 싶다면 나무가 필요하고,우유를 얻으려면 소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옛날엔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그냥 생긴다'고 생각했다. 실례로 모든 학교에서는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깨달았다는 뜻의 그리스어)라고 외치면서 부력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가르친다. 그로부터 2000년 가까이 흘러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중력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런 일화는 그 두 사람이 사전에 오랫동안 해당 주제를 곰곰이 생각했다는 중요한 사실을 완전히 무시했다.
창의성을 학문의 틀에서 비교적 체계적으로 분석한 이는 헝가리 철학자인 아서 케슬러다. 그는 '창작의 예술'이라는 저서를 통해 창의적 과정을 이연현상(bisociation)이라고 정의했다. 이연현상이란 서로 관련이 없는 두 가지 사실이나 아이디어를 하나의 아이디어로 통합하는 것이다. 케슬러는 난데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식의 아이디어 탄생 논리를 거부했다. 대신 변화는 때때로 예기치 않게 일어나지만 존재하는 현상이나 사실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즉 아직 존재하지 않는 관계,아직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관계를 창조하는 과정이 이연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이론대로라면 뉴턴이 사과와 만유인력의 법칙을 연결한 것이나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부력 이론을 얻었다는 얘기에 수긍이 간다. 하지만 이 이론은 수많은 걸작들을 양산한 모차르트의 창의성에 맞닥뜨리면 효용가치가 떨어진다. 득의에 가득찬 모차르트의 창조성과 풍부한 영감을 설명해 내지 못하는 것.
▶▶합리성 vs 창의성
케슬러가 유럽에서 이연현상 이론을 정립할 때 미국에서는 창의성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러시아와의 우주개발 경쟁에서 뒤처진 이유가 상상력 빈곤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 미국은 1960년대 중반부터 캘리포니아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구진은 인간이 갖고 있는 두 뇌(좌뇌,우뇌)가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좌뇌는 주로 '논리적인' 사고(수학 언어 등)를 하고 우반구는 '창의적인' 사고(상상 음악 등)를 한다는 것.실제 몇몇 실험 결과에 따르면 두뇌의 두 반구는 각각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고,심지어 외과수술을 통해 분리를 해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이론을 이어받아 에드워드 드 보노라는 학자는 보다 구체적인 이론을 제시했다. 우뇌는 상상력과 관련된 수평적 사고를,좌뇌는 논리사슬을 따라 움직이는 수직적 사고를 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수직적 사고는 선택하고 옳은 것을 찾고 관계에 집중하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른바 합리성에 입각한 사고다. 반면 창의성에 기반을 둔 수평적 사고는 변화하고 다른 것을 찾으며,의도적으로 비약하고 우연한 침입을 환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과학적 의학적으로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창의성과 합리성이 완전히 등을 돌리고 있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창의성은 합리성이라는 비옥한 땅에서 꽃을 피운다고 믿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려면 반드시 배양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예술가들 역시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려면 창작 이전 단계에서 고된 합리적 사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창의성에도 등급이 있다. 가장 낮은 수준의 창의성을 정의하자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행동이 모두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높은 선반에서 바나나를 꺼낼 때 의자와 탁자,막대기를 목적에 맞게 조립하는 침팬지의 행동 역시 창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버스를 운전하는 행위와 하이네켄의 맥주광고를 제작하는 행위를 동일한 선상에서 평가할 수는 없다. 아이디어는 기껏해야 창의성의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는 아이디어가 훌륭하다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이나 베르디의 오페라,아르마니나 프라다의 디자인을 흠모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십만 마디의 단어를 적거나,캔버스에 수백만번의 붓질을 하는 행위를 일련의 방대한 아이디어로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합리성에 기반을 둔 수평적 사고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아이디어 창출과 아이디어 실행은 전혀 다른 문제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실행능력까지 좋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사람이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사람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각본이 형편없어도 연출을 잘 할 경우,광고가 형편없어도 제작을 잘 할 경우,잡지 기사가 부실해도 디자인과 삽화를 멋지게 창작하면 본래 아이디어가 실제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적인 프로젝트의 실행 단계에서 자금을 아끼는 기업은 제 아무리 연구·개발(R&D) 능력이 뛰어날지라도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그만큼 실행의 힘이 중요한 것이다.
앞서 소개한 뉴턴과 다빈치가 역사 속에 이름을 올린 이유는 몇몇 연구와 창작활동이 실행단계에서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기업 편제의 어려움은 이처럼 아이디어 창출과 실행을 하나의 조직,단일화된 흐름 속에서 엮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은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실행능력을 사고 팔아야 한다. 누구의 어떤 아이디어를 채택할 것인가,누굴 통해서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킬 것인가의 문제 말이다.
( 유레카 : '깨달았다'는 뜻의 그리스어 )
<특별 취재팀>
조일훈 산업부 차장 이정호 산업부 기자 이해성 사회부 기자 박신영 문화부 기자
<도움말 주신 분>이홍교수 광운대 경영대학장 키스 소여 교수 워싱턴대 심리학과 <그룹 지니어스>저자
신원동 원장 한국인재전략연구원
평생 동안 놀라운 창의성을 보여줬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하찮은 아이디어를 무수하게 쏟아냈다. 그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비행기계 제작을 위해 수년 동안 날개를 연구했지만 공기의 흐름이 만들어 내는 양력으로 비행기가 뜬다는 사실을 끝내 알아차리지 못했다. 셰익스피어와 피카소는 세기의 대작들을 만들어낸 천재들이었지만 그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작품들보다 몇 십배나 더 조악한 작품들을 창작한 적이 있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의자를 갖고 싶다면 나무가 필요하고,우유를 얻으려면 소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옛날엔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그냥 생긴다'고 생각했다. 실례로 모든 학교에서는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깨달았다는 뜻의 그리스어)라고 외치면서 부력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가르친다. 그로부터 2000년 가까이 흘러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중력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런 일화는 그 두 사람이 사전에 오랫동안 해당 주제를 곰곰이 생각했다는 중요한 사실을 완전히 무시했다.
창의성을 학문의 틀에서 비교적 체계적으로 분석한 이는 헝가리 철학자인 아서 케슬러다. 그는 '창작의 예술'이라는 저서를 통해 창의적 과정을 이연현상(bisociation)이라고 정의했다. 이연현상이란 서로 관련이 없는 두 가지 사실이나 아이디어를 하나의 아이디어로 통합하는 것이다. 케슬러는 난데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식의 아이디어 탄생 논리를 거부했다. 대신 변화는 때때로 예기치 않게 일어나지만 존재하는 현상이나 사실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즉 아직 존재하지 않는 관계,아직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관계를 창조하는 과정이 이연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이론대로라면 뉴턴이 사과와 만유인력의 법칙을 연결한 것이나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부력 이론을 얻었다는 얘기에 수긍이 간다. 하지만 이 이론은 수많은 걸작들을 양산한 모차르트의 창의성에 맞닥뜨리면 효용가치가 떨어진다. 득의에 가득찬 모차르트의 창조성과 풍부한 영감을 설명해 내지 못하는 것.
▶▶합리성 vs 창의성
케슬러가 유럽에서 이연현상 이론을 정립할 때 미국에서는 창의성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러시아와의 우주개발 경쟁에서 뒤처진 이유가 상상력 빈곤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 미국은 1960년대 중반부터 캘리포니아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구진은 인간이 갖고 있는 두 뇌(좌뇌,우뇌)가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좌뇌는 주로 '논리적인' 사고(수학 언어 등)를 하고 우반구는 '창의적인' 사고(상상 음악 등)를 한다는 것.실제 몇몇 실험 결과에 따르면 두뇌의 두 반구는 각각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고,심지어 외과수술을 통해 분리를 해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이론을 이어받아 에드워드 드 보노라는 학자는 보다 구체적인 이론을 제시했다. 우뇌는 상상력과 관련된 수평적 사고를,좌뇌는 논리사슬을 따라 움직이는 수직적 사고를 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수직적 사고는 선택하고 옳은 것을 찾고 관계에 집중하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른바 합리성에 입각한 사고다. 반면 창의성에 기반을 둔 수평적 사고는 변화하고 다른 것을 찾으며,의도적으로 비약하고 우연한 침입을 환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과학적 의학적으로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창의성과 합리성이 완전히 등을 돌리고 있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창의성은 합리성이라는 비옥한 땅에서 꽃을 피운다고 믿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려면 반드시 배양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예술가들 역시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려면 창작 이전 단계에서 고된 합리적 사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창의성에도 등급이 있다. 가장 낮은 수준의 창의성을 정의하자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행동이 모두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높은 선반에서 바나나를 꺼낼 때 의자와 탁자,막대기를 목적에 맞게 조립하는 침팬지의 행동 역시 창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버스를 운전하는 행위와 하이네켄의 맥주광고를 제작하는 행위를 동일한 선상에서 평가할 수는 없다. 아이디어는 기껏해야 창의성의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는 아이디어가 훌륭하다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이나 베르디의 오페라,아르마니나 프라다의 디자인을 흠모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십만 마디의 단어를 적거나,캔버스에 수백만번의 붓질을 하는 행위를 일련의 방대한 아이디어로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합리성에 기반을 둔 수평적 사고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아이디어 창출과 아이디어 실행은 전혀 다른 문제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실행능력까지 좋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사람이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사람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각본이 형편없어도 연출을 잘 할 경우,광고가 형편없어도 제작을 잘 할 경우,잡지 기사가 부실해도 디자인과 삽화를 멋지게 창작하면 본래 아이디어가 실제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적인 프로젝트의 실행 단계에서 자금을 아끼는 기업은 제 아무리 연구·개발(R&D) 능력이 뛰어날지라도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그만큼 실행의 힘이 중요한 것이다.
앞서 소개한 뉴턴과 다빈치가 역사 속에 이름을 올린 이유는 몇몇 연구와 창작활동이 실행단계에서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기업 편제의 어려움은 이처럼 아이디어 창출과 실행을 하나의 조직,단일화된 흐름 속에서 엮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은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실행능력을 사고 팔아야 한다. 누구의 어떤 아이디어를 채택할 것인가,누굴 통해서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킬 것인가의 문제 말이다.
( 유레카 : '깨달았다'는 뜻의 그리스어 )
<특별 취재팀>
조일훈 산업부 차장 이정호 산업부 기자 이해성 사회부 기자 박신영 문화부 기자
<도움말 주신 분>이홍교수 광운대 경영대학장 키스 소여 교수 워싱턴대 심리학과 <그룹 지니어스>저자
신원동 원장 한국인재전략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