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부통령 후보 TV 토론] 바이든 vs 페일린 … 다정하지만 날카롭게 '90분 공방'

"바이든이 승자였으나 페일린도 선방했다. "

새라 페일린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와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2일(현지시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열린 TV토론을 통해 단판 승부를 벌인 뒤 나온 평가다. 90분간의 이날 토론은 다정하지만 날카로웠다는 평가다. CNN방송은 토론 직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51%가 바이든이 더 잘했다고 대답했다고 보도했다. 페일린이 더 잘했다는 응답은 39%에 그쳤지만,시청자들 가운데 84%는 페일린이 예상보다 잘했다는 점수를 줬다. CBS방송 조사에서는 바이든 46%,페일린 21%,무승부 33%라는 성적표가 매겨졌다. 이날 관심은 35년간 의원생활을 하면서 외교ㆍ안보 분야의 고수로 자리잡은 바이든에게 대적,경험이 일천한 페일린이 난타를 당할지 또는 선방할지였다. 페일린은 최근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인 데다 비리성 행적이 언론을 통해 자꾸 흘러나와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부통령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는 비난이 일었던 터였다.

두 후보는 금융위기,이라크 전쟁,부통령의 역할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서로 상대편을 직접 공격하기보다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 대통령 후보를 대리 공격하는 양상이었다. 바이든은 "매케인 후보가 오전 9시에는 미국 경제의 기초가 튼튼하다고 했다가,11시에는 위기라고 말하는 등 왔다갔다 하고 경제인식이 서민들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페일린은 이에 대해 "미 근로자들의 능력이 튼튼하다는 얘기"라며 "매케인은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부실을 2년 전부터 경고해왔다"고 역공했다.

바이든은 자신의 전문인 외교 관련 질문에 노련하게 답변하는 동시에 매케인-페일린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부시 정부와 이라크 정부가 오바마 후보의 16개월 내 이라크 철군과 종전론을 수용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데 반해 매케인은 홀로 반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페일린도 만만치 않았다. "종전은 백기 투항하자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또 오바마가 북한 이란 등 불량 국가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고 한 점을 도마에 올려 "정말 순진하고 위험한 생각"이라며 "만나더라도 전제조건이 맞아야 한다"고 공격했다. 특히 북한 문제와 관련,"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 필요할 경우에는 경제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페일린은 또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며 매케인과 자신이야말로 워싱턴 정부와 미국의 정치문화를 바꿀 수 있는 개혁의 기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중산층의 도전과 기쁨이 무엇인지를 잘 안다"면서 "매케인은 나 같은 중산층을 위해,경제 회복을 위해,교육 개혁을 위해 싸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바이든은 "지금 우리는 경제에서 외교까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바로 오바마가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웠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