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패닉 … "환란 오나" 탄식

환율 한때 1300원 근접…코스닥 6%폭락

국내 금융시장이 6일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붙고 있다'는 우려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90원까지 치솟고 코스피지수는 1400선이 무너졌다. 이날 시장 분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패닉(심리적 공황) 분위기였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의회의 구제금융 통과 소식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급락한 데다 이날 나스닥선물지수마저 하락세를 보인 데 따른 영향으로 외환시장에선 장 초반 원·달러 환율이 70원가량 올랐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국정감사에서 "앞으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퍼져나갈 것으로 생각하며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밝힌 점도 불안감을 키웠다. 환율이 급등하자 정부가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환율 종가는 45원50전 오른 1269원이었다. 2002년 10월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다. 원·엔 환율도 100엔당 1227원대로 올라서며 10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에선 "외환위기 때보다 상황이 더 나쁜 것 같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뉴욕증시 하락과 아시아증시의 동반 급락,환율 급등 소식 등 악재가 겹친 데다 외국인들이 200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한 여파로 4% 이상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는 6%가량 폭락했다. 코스닥지수는 2005년 1월 이후 3년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아시아증시도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각각 5% 이상 급락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외화 자금난이 원화 자금난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우려와 오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 등으로 채권금리가 급등했다.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7%포인트 오른 연 5.77%에 거래를 마쳤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구제금융안 통과만으로 실물경제를 구원할 수는 없다"며 "세계 경기가 둔화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수출 감소 등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미국 구제금융 통과와 상관없이 국제수지 적자를 비롯해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수급 자체가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금융시장의 혼란을 가만히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