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도 '마이너스 프리미엄' 등장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서울에서 아파트 시세가 분양받았던 가격보다 낮게 떨어진 이른바 '마이너스 프리미엄' 아파트가 늘고 있다. 지방권의 경우 공급과잉 등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면서 이미 1~2년 전부터 이런 아파트가 속출했지만 서울 등 수도권에서조차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 확산 여부가 주목된다.

8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와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매도호가 평균이 분양가를 밑도는 아파트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분양가 대비 집값 상승폭이 컸던 강남권에서조차 매매가가 분양가보다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아파트가 등장했다. 2006년 12월 입주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SK뷰'의 267㎡(80평)형은 현재 호가가 21억~23억원으로 분양가(24억6120만원)보다 1억6000만원 이상 낮았다. 이에 대해 현지 중개업소들은 "강남권 깡통 아파트의 경우 대형 고가 주택들이 대부분"이라며 "급격한 경기침체와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매수세가 사라지면서 시세가 분양가를 밑돌거나 분양가 수준으로 떨어지는 매물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말 입주를 시작한 강동구 성내동 '건영캐스빌' 아파트 109㎡(33평)형도 시세가 3억9000만원 선으로 분양가 3억9950만원보다 1000만원 정도 더 싼값에 나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값에도 집을 사겠다는 매수세는 형성되지 않고 있다. 건영캐스빌 주변 단지인 '신이모닝빌'도 85㎡(25평)형의 매도호가가 2억3000만~2억5000만원 선으로 분양가(2억6220만원)보다 1200만원 이상 싸다.

상업지역에 들어서는 주상복합 아파트 중에서도 분양가 밑으로 시세가 떨어진 단지가 나오고 있다. 서울 중구 의주로1가 주상복합 바비엥Ⅲ의 92㎡ G형(27평)은 매도 호가가 3억1340만~3억3090만원 선으로 분양가(3억6400만원)보다 3300만원 이상 낮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이지만 매수세가 뚝 끊겨 거래가 안 된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서울 서남권에서는 동작구 사당동 장은해그린 136㎡(41평)형 분양가가 3억9550만원이지만 급매물 가격은 그 이하로 형성돼 있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시세가 4억3000만원을 웃돌았지만 매수세가 꺾이면서 가격이 많이 빠진 상태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갈수록 확산되면서 매수세가 아예 사라진 분위기"라며 "소규모 단지 위주로 매도호가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잠실처럼 신규 입주물량이 쏟아지고 있는 곳의 가격 하락세 역시 두드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