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드서핑서 배우는 투자의 기술


미국발 금융허리케인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상태다. 1920년대 대공황을 연상케한다. 우리나라에선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IMF(국제통화기금)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부동산시장도 조마조마하다. 투자자들로선 한 발짝도 내딛기 힘든 강력한 역풍(逆風)과 맞닥뜨린 셈이다. 주위에선 섣부른 투자보다 현금보유가 낫다는 조언이 쏟아진다. 금융위기가 실물로 전염되면 역풍을 이겨내기가 더 버거워지기 때문이다.

이런 악천후에서도 수익을 좇는 사람들은 있다. '가치투자' 주창자인 워런 버핏(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얼씨구나 좋다'며 알짜 매물들을 싼값에 주워담고 있다. 마치 역풍을 뚫고 전진하는 윈드서핑 선수를 연상시킨다. 맞바람도 잘 이용하면 피니시라인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말이다. 실제 윈드서핑 선수들은 맞바람을 활용할 줄 안다. 바람이 한 방향으로만 분다면 반환점을 돌면 순풍이 역풍으로 바뀌기 때문에 반드시 '역풍 속 전진 기술'을 마스터해야 한다.

12시 방향에서 불어오는 역풍에 정면으로 맞설 순 없지만 돛의 각도를 잘 잡으면 11시나 1시 방향으로는 진행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4시나 8시 방향으로 전술상 후퇴할 수도 있고 3시나 9시 방향으로 횡보할 필요도 생긴다. 갑작스런 높은 파도를 만나면 방향을 급격히 틀 줄도 알아야 한다. 정공법 투자도 있는 반면 잠시 쉬어가는 상품,안정형 상품 투자로 역풍을 비켜갈 수도 있다.

이런 윈드서핑 기술을 투자 차원에서 응용하고 대입시켜보면 안목이 한층 넓어진다. 세계경제 위기 국면에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서바이벌 전법을 윈드서핑을 통해 배워보도록 하자.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