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번엔 주정부 파산 '공포'

캘리포니아, 연방정부에 긴급자금 요청

아널드 슈워제네거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2일 헨리 폴슨 재무장관에게 한통의 편지를 보냈다. "금융위기로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현금이 고갈됐다"며 "70억달러의 긴급 예산 지원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9일 다시 편지를 보내 "유동성 상황이 개선되고 있어 연방정부의 긴급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을 바꿨지만 미국 최대 주이며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의 굴욕 사건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 차례는 주정부 파산?


미국 주정부들의 예산부족 사태가 심화되면서 미국 경제에 또다른 '뇌관'으로 등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외에 공화당 대선 주자인 존 매케인의 출신지인 애리조나주 역시 2억2300만달러의 예산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 이미 주민들의 의료복지 예산을 축소하고 공무원 고용을 동결했으며,대학에 지원되는 예산도 삭감했다. 메사추세츠 인디애나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콜로라도 등도 예산 부족에 따른 자금난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적어도 29개주가 2009 회계연도(2008년10월~2009년9월)에 총 480억달러에 달하는 예산부족 사태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가 심화될 경우 기업 파산에 이어 주정부 파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란 지적이다.

미 연방정부가 여력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미 정부가 부실 금융사를 구제하기 위해 투입한 돈은 이미 1조달러를 넘는다. 지난해 미국 GDP(국내 총생산)의 7.2% 규모다. 여기에 7000억달러 규모의 금융사 부실청소비도 예정돼 있다. 미국의 2008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사상 최대인 4380억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2009 회계연도엔 5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캘리포니아는 미 경제의 거울캘리포니아의 경제는 미 경제의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캘리포니아주 경제 규모는 1조8000억달러에 달한다. 인도의 두 배이자 미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한다.
캘리포니아의 집값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빠른 속도로 급등했고 2005년부터 일찌감치 하락하기 시작했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이용자들은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했고 이는 부동산 대출을 취급한 금융부문으로 파급됐다.

주민들이 소비지출을 줄이자 건설부터 소매,자동차 판매 딜러까지 타격을 입었다. 캘리포니아의 과세 대상 매출은 작년 3분기 1.82%(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이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현재 캘리포니아의 실업률은 미국 내 최고인 7.7%에 달한다.

소비 감소는 주정부 세입의 감소를 불러왔고 재정적자는 150억달러로 불어나 결국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헨리 폴슨 재무장관에게 손을 벌리는 사태로 번졌다. WSJ은 "캘리포니아는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미국 경제의 선봉"이라며 "다른 지역들도 캘리포니아의 악순환을 답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