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잔혹사' 돌파구를 찾아라...세계 대공황 등

< 위기의 한국경제 >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휴먼앤북스 292쪽 1만3000원< 세계 대공황 >

진 스마일리 지음 유왕진 옮김 지상사 228쪽 1만1000원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는 그야말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유동성의 위기'가 아무도 믿지 못하는 '신뢰의 위기'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밖에서는 20세기의 대공황 얘기가 들려오는가 하면 안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를 떠올릴 정도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불안감이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는 상황에서는 사람들의 관심도 위기를 말하는 책으로 쏠리게 마련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위기를 말하는 책은 두 가지 중 하나다. 별 근거도 없이 잔뜩 겁만 주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위기를 차분히 분석하고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부류가 있다.


약속이나 한 듯 거의 같은 시기에 출간된 '세계 대공황'과 '위기의 한국경제'는 제목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과연 세계경제는 대공황으로 치닫고,한국경제는 정말 위기에 빠진 것인가.

세계 금융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오랜 기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 등은 지금의 상황을 세계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국면이라고 말한다. 세계 대공황이 무엇인가. 20세기에 일어난 가장 중요한 역사적,경제적 사건으로 그처럼 혹독하고 고통스러운 불황은 없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책 제목처럼 80년 전 대공황도 이렇게 시작됐다고 해서 지레 겁 먹을 필요는 없다.

경제학자 진 스마일리는 당시 대공황이 시작된 배경과 원인,각 산업에 미친 영향,대공황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비슷하고 다른지 독자들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해준다. 상황을 제대로 알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스스로 전망도 해 볼 수 있다.

그는 세계 각국의 경제정책 변화와 발전으로 1930년대 같은 전 지구적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진단한다. 사실 현재의 금융위기는 유연한 정책 대응,국제적인 공조,예금보호제도,세계경제의 집중도 등에서 대공황 당시와는 큰 차이가 있다. 물론 세계화로 인한 위기의 전염 경로라든지 파급력을 보면 근본적으로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테지만.이 책에서 놓칠 수 없는 또 한 가지는 대공황이 시장경제의 불안정성과 정부의 시장개입 필요성을 증명한다는 기존의 연구와 달리 정부의 시장개입 때문에 대공황 탈출이 지연됐거나 더 혹독한 상황에 내몰렸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점이다. 뉴딜 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금융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에 대한 논쟁을 더욱 뜨겁게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위기의 한국경제'는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원.달러 환율 급등과 한국경제의 위기에 대한 진단부터 시작한다. 저자들은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과정을 생생하고 논리적으로 풀어낸다. 이와 같은 국제금융시장의 경색에 한국경제 위기설이 맞물리면서 불안감이 더 가중됐다고 진단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파장에 대한 정부 판단이 처음부터 안이했던 데다 정책 결정자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과소평가했다는 질타로 들린다.

올 들어 그때그때의 국내외 경제동향과 현안문제에 관한 시평.특집을 엮은 책이지만 그 덕분에 연초 인플레이션 적신호가 켜진 세계경제에서부터 지금의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실시간으로 이해하기에 딱 좋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개과정을 풀어헤친 '서브프라임 사태,그 끝은 어디인가'는 꼭 읽어볼 만하다.

저자들은 이를 통해 시장경제의 위기는 경제학의 실패라기보다 경제학자들과 정책당국자들의 현실인식에 대한 오류와 정책 실패에 기인한다는 결론을 끌어내고 있다. 이 책 역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정부가 위기국면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를 위기로 알지 못하는 정부''1970년대식 경제정책으로는 안 된다''경제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등 정부에 대한 비판 중에서 공감되는 대목이 많다. 특히 한국경제의 위기요인으로 주목하는 것은 부동산 버블과 가계부채다. 부동산 버블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며 한국경제도 위험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주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쟁이 있을 수 있다. 어쩌면 이 책의 가치는 그런 논쟁을 재점화시키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