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패트리샤 무어 방한 "고령화 시대 디자인도 노인친화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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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디자인은 미관만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기능적인 면도 고려해야 합니다. "
옥소(Oxo),제너럴 일렉트로닉(GE),존슨 앤드 존슨,킴벌리 클락,스리엠(3M) 등 수십여종의 제품 디자인에 노인의 신체와 특성을 과감히 녹여내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명성을 얻은 패트리샤 무어(56.무어 어소시에이션 대표)는 지난 11일 한국경제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디자인에 대한 소신을 이처럼 밝혔다. "미학적인 디자인으로 관광수입을 얻고 기능적인 디자인을 통해 노인 등 소외계층의 소비를 끌어낼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온 노인을 위한 디자인도 이 같은 맥락에서 시작됐다. 그녀는 "노인들에게도 소비 욕구가 있고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데 우리는 흔히 그것을 간과한다"며 "디자인을 통해 노인에 대한 편견(에이지이즘)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가 그렇다. 무어의 디자인에는 소비자의 특성과 요구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그녀가 디자인한 주방용품 브랜드 '옥소'가 대표적이다. 옥소는 감자깎이,냄비 등의 손잡이에 고무패킹과 돌기 등을 이용해 힘 없는 노인들도 쉽게 물건을 놓치지 않도록 설계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녀는 또 디자인에서 노인의 취향을 반영해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제조회사에 자문해 주고 있다.
무어는 노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을 직접 체험해 보기 위해 1979년부터 1982년까지 3년 동안 직접 노인으로 분장하고 캐나다와 미국 전역을 돌아다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다양한 계층의 노인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인의 종류를 재력과 건강 등 아홉 가지 기준으로 나눠 노인인척 연기하고 다녔던 것.그녀는 이런 체험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노인들의 심리적 신체적 특성에 대해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직접 겪어보지 않고 사업 파트너를 설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직접 노인이 돼 생활해 보기로 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던 그녀는 뉴욕의대,컬럼비아대에서 생체역학과 심리 카운슬링 등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녀는 "노인들은 어린아이와 달리 몸이 불편해도 그것을 표현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며 "그러나 현재 만들어져 있는 제품은 노인들의 이런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어는 지난 10일 개막한 서울디자인올림픽(SDO) 연사로 초청됐다. 지난 1999년에 이어 두 번째 방한이다. 그녀는 그 사이 서울의 달라진 거리미관에 대해 '삶의 질이 높아진 증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노인을 배려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털어놨다. "이탈리아의 노년 인구 비율은 세계에서 1위입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노인에 대한 지원 대신 디자인을 통해 노인들이 살기 편한 사회를 만들어냈습니다. "
정부가 노인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기보다 노인친화적 디자인에 신경쓰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무어는 "출산율을 장려하는 것보다 노인친화적 디자인이 고령화사회의 대안"이라며 "노인뿐만 아니라 여성 등을 소비계층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디자인올림픽은 이달 30일까지 계속되며 무어는 마지막날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이 같은 내용의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재철/김영우 기자 eesang69@hankyung.com
옥소(Oxo),제너럴 일렉트로닉(GE),존슨 앤드 존슨,킴벌리 클락,스리엠(3M) 등 수십여종의 제품 디자인에 노인의 신체와 특성을 과감히 녹여내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명성을 얻은 패트리샤 무어(56.무어 어소시에이션 대표)는 지난 11일 한국경제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디자인에 대한 소신을 이처럼 밝혔다. "미학적인 디자인으로 관광수입을 얻고 기능적인 디자인을 통해 노인 등 소외계층의 소비를 끌어낼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온 노인을 위한 디자인도 이 같은 맥락에서 시작됐다. 그녀는 "노인들에게도 소비 욕구가 있고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데 우리는 흔히 그것을 간과한다"며 "디자인을 통해 노인에 대한 편견(에이지이즘)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가 그렇다. 무어의 디자인에는 소비자의 특성과 요구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그녀가 디자인한 주방용품 브랜드 '옥소'가 대표적이다. 옥소는 감자깎이,냄비 등의 손잡이에 고무패킹과 돌기 등을 이용해 힘 없는 노인들도 쉽게 물건을 놓치지 않도록 설계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녀는 또 디자인에서 노인의 취향을 반영해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제조회사에 자문해 주고 있다.
무어는 노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을 직접 체험해 보기 위해 1979년부터 1982년까지 3년 동안 직접 노인으로 분장하고 캐나다와 미국 전역을 돌아다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다양한 계층의 노인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인의 종류를 재력과 건강 등 아홉 가지 기준으로 나눠 노인인척 연기하고 다녔던 것.그녀는 이런 체험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노인들의 심리적 신체적 특성에 대해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직접 겪어보지 않고 사업 파트너를 설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직접 노인이 돼 생활해 보기로 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던 그녀는 뉴욕의대,컬럼비아대에서 생체역학과 심리 카운슬링 등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녀는 "노인들은 어린아이와 달리 몸이 불편해도 그것을 표현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며 "그러나 현재 만들어져 있는 제품은 노인들의 이런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어는 지난 10일 개막한 서울디자인올림픽(SDO) 연사로 초청됐다. 지난 1999년에 이어 두 번째 방한이다. 그녀는 그 사이 서울의 달라진 거리미관에 대해 '삶의 질이 높아진 증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노인을 배려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털어놨다. "이탈리아의 노년 인구 비율은 세계에서 1위입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노인에 대한 지원 대신 디자인을 통해 노인들이 살기 편한 사회를 만들어냈습니다. "
정부가 노인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기보다 노인친화적 디자인에 신경쓰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무어는 "출산율을 장려하는 것보다 노인친화적 디자인이 고령화사회의 대안"이라며 "노인뿐만 아니라 여성 등을 소비계층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디자인올림픽은 이달 30일까지 계속되며 무어는 마지막날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이 같은 내용의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재철/김영우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