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 '오피스 눈높이' 낮춘다

빈 사무실, 프라임급은 ↑ 임대료 낮은 A.B급은 줄어

글로벌 금융 위기와 경기침체 등에 따라 사업환경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사무실 임대료를 줄이기 위해 오피스 빌딩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입지가 뛰어나고 전망.시설이 좋은 프라임급 빌딩 대신 선호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임대료가 저렴한 A급이나 B급 오피스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에 따라 서울 도심권 여의도권 강남권 등 오피스 밀집지역을 포기하고 주변지역으로 옮기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13일 오피스정보업체인 저스트알에 따르면 프라임급 빌딩의 3분기 공실률은 0.74%로 지난 2분기(0.46%)보다 빈 사무실이 크게 늘어났다. 반면 A급 이하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모두 떨어졌다. A급 오피스의 경우 2분기 0.78%에서 3분기에는 0.44%로 내렸다. B급은 1.54%(2분기)에서 1.31%(3분기)로 하락했다. C급도 2분기보다 0.5%포인트 떨어진 1.72%를 기록했다. 대형 빌딩보다 중소형 오피스 입주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330㎡(100평) 정도의 사무실을 얻어 수출 관련 사업을 해 온 D사는 얼마 전 강남대로 이면도로쪽에 있는 빌딩으로 이사했다. 새로 옮긴 빌딩의 임대료는 3.3㎡(1평)당 5만5000원.기존 오피스 빌딩 주인이 요구한 임대료(3.3㎡당 7만5000만원)보다 25%나 싸다. 한 달에 200만원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다. D업체 관계자는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는 실속을 차리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다"며 "직원들도 처음에는 꺼려했지만 지금은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대상 빌딩 등급을 낮추는 대신 아예 외곽으로 떠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서울 3대 오피스 타운 이외지역(기타권역)의 공실률이 덩달아 낮아지는 이유다. 예전 같으면 도심권 오피스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밀려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임대료 절감 차원에서 기업들 스스로 외곽지역을 찾는 사례가 부쩍 많아졌다는 게 오피스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기타권역의 3분기 공실률은 1.72%로 2분기(2.9%)보다 2배 가까이 떨어졌다. 특히 구로디지털단지 등이 있는 한강이남의 서남권은 사무실 수요가 늘면서 2분기에 4.81%에 이르던 공실률이 석 달 만에 2.54%로 낮아졌다. 송파구 등을 포함한 한강이남 동쪽도 3분기 공실률이 1.53%로 전분기대비 2.11%포인트 내렸다.

저스트알 관계자는 "오피스 주인들을 대상으로 매월 임대차 현황을 조사한 결과 최근 들어 소규모 빌딩의 임대가 두드러지게 늘었다"며 "경기침체 여파로 임대료 부담을 줄이려는 기업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