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全계열사 M&A 나서라"

알짜 외국매물 저가 인수 기회 … 내년 핵심전략 채택

삼성이 기업 인수·합병(M&A)을 내년도 핵심 경영전략으로 채택하고 모든 계열사에 시장조사와 자금 계획 수립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성장을 위한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총 261조원(2006년 말 기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이 M&A에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5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삼성은 최근 각 계열사에 내년도 사업계획 작성을 위한 지침을 전파하면서 글로벌 M&A 전략을 별도로 수립토록 시달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같은 방침은 유동성 위기를 틈타 대거 매물로 나오고 있는 외국 기업들을 저렴한 가격에 인수함으로써 이미 글로벌 M&A에 뛰어든 일본과 중국 기업들을 견제하고,주력 업종의 시장 판도 변화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이 전방위로 M&A를 추진하는 것은 1995년 이후 처음으로,독과점 시비가 붙을 가능성이 있는 국내보다는 독자적인 시장과 기술을 갖고 있는 해외 기업들을 주로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그룹의 주력인 전자뿐만 아니라 일반 제조업과 금융업에서도 활발하게 M&A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비율이 50%(금융사 제외)에 불과한 삼성은 내부적으로 총 50조원 정도를 동원할 수 있다고 보고 '한방'에 시장 판도를 바꾸는 '메가 딜(Mega Deal)'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세계 1위 메모리카드 업체인 미국의 샌디스크를 연내 인수하는 것을 전제로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부터 샌디스크 인수 협상을 해오고 있다.

삼성은 이와 함께 △원·달러 환율 1040원 △100엔당 원화 환율 967원 △원·유로 환율 1400원 등을 내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는 주요 계열사들에 기준 환율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또 내년 사업계획 지표로 △회사채 3년 만기(AA 기준) 금리 연 6.8% △두바이 유가 배럴당 93달러를 각각 책정했다. 최근 국내외 금리와 환율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재계 1위 삼성이 내놓은 내년도 거시경제 지표는 다른 기업들의 내년도 사업계획 작성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