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위기탈출 수출에 달렸다

오 상 봉 <산업연구원장>

금융위기속 유가·원자재값은 안정세고환율 훈풍 타고 수출증가세 이어가야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환율불안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다. 미국과 유로존,영국 등의 구제금융 조치로 급한 불은 껐지만,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연일 환율이 큰폭의 널뛰기 장세를 보이는 등 불안정한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금년 들어 5월 한 달만 제외하고 계속 무역수지 적자를 나타내 환율 움직임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이미 세계적인 금융 쓰나미로 신자유주의의 실패니,금융자본주의의 몰락이니 하는 논란이 제기되지만 이는 성급한 주장이다. 그보다는 이런 때일수록 경제주체들의 '경제'하는 심리를 회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인이었던 국제 원유 및 원자재 가격의 급등 현상은 세계 경기의 둔화 움직임에 따라 빠르게 진정되고 있다. 수출 쪽도 탄력이 약간 줄긴 하겠지만 계속 두 자릿수의 견실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개선돼 곧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며 국내 외환시장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과 관련해 한때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 유가는 최근 80달러 밑으로 하락했고 구리 니켈 등 국제원자재 가격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 같이 수출입관련 제반 여건이 호전돼 감에 따라 향후 무역수지 개선의 주요 열쇠는 그동안 높은 증가율을 기록해 온 수출이 세계 금융불안의 여파를 어느 정도 극복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세계 금융위기가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두 가지 경로를 통해 나타날 수 있다.

첫째,세계 경기의 둔화 현상이다. 특히 금융위기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약 67%를 차지하는 개발도상국권 실물경기에 어느 정도의 파장을 줄 것인가에 달려 있다. 지난 2002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은 선진국권 중심에서 벗어나 개도국권 중심으로 전환돼 왔다. 중국 등 동남아,중남미,중동,러시아 및 동유럽 등 신흥공업국들의 높은 경제발전 수요에 부응하여 철강,석유화학,전자,기계 등 중간재 및 자본재의 수출이 빠르게 증가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금융위기가 개도국권 실물경기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개도국권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은 그 증가세가 둔화되겠지만 둔화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환율변동을 통한 영향이다. 최근의 금융위기 직후 달러는 주요국 통화에 대해 대부분 가치가 하락했으나 원화에 대해서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유동성과 환금성이 좋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고 또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따라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앞으로 당분간 금융불안 현상이 해소될 때까지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러한 고환율은 중간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기업의 채산성이나 국내 물가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겠지만 우리나라의 대외 수출과 수출기업의 채산성에는 긍정적 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특히 최근의 환율상승은 엔화 및 위안화 등 주요 경쟁국 통화와 상반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 그 긍정적 영향은 과거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요인을 종합할 때 향후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점차 개선되는 추세로 돌아서 금년 4분기에는 약 60억~80억달러의 흑자를 보일 전망이다. 향후 이러한 흑자기조를 내년은 물론 그 이후로까지 계속 이어가기 위해선 우리나라는 세계경제 상황의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한편,저탄소 녹색성장의 산업구조 달성을 위해 산업구조의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