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두 거두, 경제위기로 엇갈린 조명

'빛보는 케인스,빛바랜 프리드먼.'

세계를 뒤흔든 금융위기로 경제학의 두 거두가 엇갈린 조명을 받고 있다. 정부의 역할 축소와 자유시장 확대를 주창하며 그동안 주류경제학으로 자리잡아온 통화주의의 대부 밀턴 프리드먼의 평가가 절하되고,과감한 재정정책을 앞세운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바탕으로 9개 주요 은행을 부분 국유화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비판적이었던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까지 17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제시하면서 '케인시언(케인스의 이론을 믿고 따르는 사람)의 화려한 부활'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오바마 캠프의 경제 고문인 자레드 번스타인은 "위기에 몰리면 무신론자가 없듯이 경제위기인 요즘 시장주의자들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요를 창출해 공급을 살린다는 케인스 경제정책은 미국 경제를 1930년대 대공황에서 구하고 40년 가까이 세계경제의 호황을 이끌었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우리는 모두 케인시언"이라고 말할 정도로 당시 케인스 이론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1970년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 후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둔화)은 케인스 이론을 곤경에 빠뜨렸다. 이때 '반(反) 케인스의 선봉'에 나선 프리드먼은 케인스식 '정부 역할론'을 부정하고 '작은 정부론'을 내세워 자유시장에 대한 믿음을 되살려 놓았다. 그의 이론은 자유시장 정책으로 상징되는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 등을 통해 주류 경제정책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최근의 금융위기는 2006년 11월 타계한 프리드먼의 명성에도 금이 가게 하고 있다. 그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시카고대학 안에서도 평가가 예전같지 않다. 프리드먼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1976년까지 30년 가까이 시카고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시카고학파를 창시했다.

경제학자들은 불황에선 정부 개입을 늘려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케인스 이론이 위력을 발휘하지만,위기가 지나면 재정적자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악순환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프리드먼식 통화정책이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