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대공황 답습한 2008 금융위기

안 재 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수년간 美정부 통화팽창정책 실패 탓'준칙따른 정책 집행'으로 개혁 해야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혼돈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이 닥쳐올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과 함께 금융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주장은 월가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로 인한 시장실패에 그 근거를 둔다. 물론 투자은행들이 리스크를 파악하지 못하고 주택담보대출채권을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을 이중,삼중으로 만들어 수익을 늘려가면서 금융거품을 확대시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바른 처방을 위해서는 이번 금융위기가 일어난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통화정책의 잘못에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2001년 9·11테러,기업의 회계 부정 등 일련의 충격으로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 예상해 저금리 정책을 썼다. 우려했던 위기는 오지 않았지만 연준은 계속해서 저금리 정책을 고수했다. 저금리 정책은 유동성 과잉을 낳았고,돈이 주체할 수 없이 많아진 금융기관들은 경쟁적으로 대출을 늘렸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조차도 주택대출을 해주었다. 대출 경쟁으로 모기지 금리가 낮아졌고 주택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해 주택가격이 급등했다. 이러한 과정은 정부가 손실을 보증해주는 국책 모기지 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주택저당증권의 규모를 확대하는 데만 열중함에 따라 더욱 증폭됐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연준은 2005년 이후 정책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모기지 금리가 올랐고,주택 수요가 감소했다. 주택가격이 하락해 모기지 원금에도 못 미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자 대출부도가 일어나기 시작했고,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등과 같은 투자은행들이 문을 닫게 됐다.

최근의 금융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의 경우와 흡사한 면이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역시 통화정책의 잘못으로 촉발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준은 1921년 중반에서 1929년 중반까지 통화팽창정책을 썼고 그로 인해 경제가 붐을 이루는 듯했다. 1929년 후반에 들어서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연준이 통화량을 갑자기 줄이기 시작하자 주가가 폭락하고 많은 금융기관들이 문을 닫았고 경기가 침체됐다. 1930년대에 이러한 상황이 대공황으로 이어지게 된 것은 여기에 스뭇홀리 관세법과 같은 보호무역정책,증세,생산과 경쟁에 대한 통제,강제적인 노동법 등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연속적으로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번 금융위기와 1930년대 대공황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정부의 통화관리 실패에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향후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 같은 정부의 불환지폐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만약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통화정책이 정부와 중앙은행의 재량이 아닌 준칙에 의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그리고 금융위기 때마다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정부의 통제와 규제가 만들어졌지만,그러한 규제들은 위기의 재발을 막지 못했다.

위기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개인과 기업,금융기관이 새로운 환경과 정보에 적응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경제를 유연하게 만드는 일이다.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규제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과 기업,금융기관의 활동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