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피델리티 투자책임자 "금융산업 글로벌화 멈추고 단순ㆍ투명한 금융상품 뜬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금융산업이 다시 기본을 지키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마이클 고든 피델리티 글로벌 기관투자책임자(48)는 17일 연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를 만나기 위해 방한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 금융산업에서 일곱 가지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고든 투자책임자는 세계를 휩쓸었던 기업이나 투자의 글로벌화(세계화)가 멈추고 로컬화(지역화)가 진행된다는 점을 첫번째로 꼽았다. 고든은 "금융위기로 투자자나 기업들이 이성보다 감정에 치우치게 되면서 익숙하고 정보가 많은 곳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동안 과학적 이론에 기초한 금융상품이 쇠퇴하고 인간이 이해하기 쉬운 상품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져 △불투명한 금융상품보다는 투명한 금융상품이 인기를 끌고 △파생상품으로 복잡해진 금융산업도 단순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해 금융산업에서 혁신(innovation)은 한동안 좌초되고 수익률이나 펀드매니저의 경력 등 과거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상품이 많이 팔릴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고든은 이 같은 변화기엔 기업과 투자자들도 이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산업이 정치적 이슈로 변하면서 각국의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기반해 금융산업 정책을 펼 수 있다"며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 인사이트(통찰력)에 초점을 뒀던 기업은 관리와 감독권한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고,투자자들은 금융상품의 차입금 내역,레버리지 비율,공시 등을 찾아 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든은 시드니공과대학 출신으로 슈로더호주의 CIO(최고 투자책임자)를 거쳐 2002년부터 피델리티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