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NYT 기고 "이제 탐욕을 부릴 시간이 됐다"

"나는 적극적으로 주식 매입중"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이 17일(현지시간) "개인 계좌를 통해 주식을 저가에 사들이고 있다"며 "지금은 탐욕을 부릴 시기"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해 주목된다. 버핏 회장은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미국주식을 사라.나는 사고 있다'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과 해외의 금융시장이 혼란하고 단기적으로 실업률이 상승하는 데다 기업 활동은 비틀거리고 두려운 경제지표도 계속될 것"이라며 "그래서 나는 미국 주식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있을 때 진정한 기회가 온다'는 그의 '역발상 투자' 원칙을 다시 한번 실천하고 있다는 얘기다.

버핏은 "나의 투자론은 단순하다"며 "다른 투자자들이 탐욕을 낼 때는 두려워해야 하고,그 투자자들이 두려워할 때는 탐욕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확실한 것은 지금 공포가 확산되고 있고,심지어 노련한 투자자들도 꼼짝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역발상 투자를 행동에 옮길 시점이 다가왔음을 시사했다.

그는 대공황 때인 1932년 7월8일 다우지수가 41로 최저치를 기록한 뒤 경제상황은 1933년 3월까지도 계속 악화됐지만 증시는 이미 30%나 상승한 것 등 과거 사례를 소개하면서 "나쁜 소식은 투자자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미국의 미래 일부(주식)를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20세기 전반에 걸쳐 그랬듯이 주식시장에서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핏은 "지금의 나쁜 소식들은 5년,10년,또는 20년의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장기 투자의 자세를 주문했다. 또 "전반적인 경제가 개선되는 것을 목격하기 전에 주식시장은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확실한 때를 기다리다 보면 그 때를 놓칠 수 있다"는 충고도 곁들였다.

'지금이 살 때'라는 주장은 버핏뿐만 아니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업체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 투자책임자도 이날 "각국 재무장관들과 중앙은행들의 전 세계적인 노력에 힘입어 조만간 투자자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헤지펀드 업계 대부로 꼽히는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도 최근 "최악의 패닉이 끝날 조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월가의 대세는 비관론이다. 헤지펀드인 패스포트 캐피털의 존 버뱅크 회장은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점점 전이되고 있어 앞으로 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피력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