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의 날] 국가표준 발전 좌담회‥'그린 에너지' 국제표준화…新성장 패러다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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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성장을 위한 그린 스탠더드 전략
인증마크 통합·단일화, 기업부담·소비자혼란 해소, 대외 인지도 향상 효과글로벌 표준 선점을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표준은 과학기술 산업 금융 문화 사회 스포츠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국가와 기업의 흥망을 결정하는 핵심 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화의 급속한 진행에 따라 한 국가나 기업이 선점한 표준은 관련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규칙(Rule)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녹색성장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에 맞는 표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는 '녹색성장을 위한 그린 스탠더드 전략'이란 주제로 최근 표준협회 회의실에서 우리나라 표준 현황을 짚어보고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남인석 기술표준원장,최갑홍 한국표준협회장,정광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서병륜 한국파렛트풀 대표이사,한민구 서울대학교 교수,김용만 동양매직 상무가 참석했으며 이계주 한국경제신문 과학벤처중기부 차장이 사회를 맡았다.
◆사회=세계 3대 표준화기구인 ISO(국제표준화기구),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ITU(국제전기통신연맹)는 매년 10월14일을 '세계 표준의 날'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표준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자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21일에는 코엑스에서 한승수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국가통합인증마크 선포식이 있다. 이 마크의 의미와 효과에 대해 소개해달라.
◆남인석 기술표준원 원장=우리나라에는 제품의 품질,소비자 안전,환경 등의 목적으로 39개 법정 강제인증 등 160여개의 인증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선진국은 유럽의 CE,미국의 UL마크 등과 같은 대표인증 마크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인증마크 중복 획득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증가와 제품 구매시 소비자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통합인증마크는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형태로 중복·난립돼 있는 인증마크를 단일화하는 것이다. 인증마크가 통일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손쉽고 간편하게 선택할 수 있고,기업 입장에서는 다수의 인증마크 부착에 따른 비용 및 제품개발 기간 증가 등의 어려움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표준원은 우선 기존의 13개 법정강제 인증마크를 통합하고,법정강제 인증을 위한 20개 유형의 인증심사 절차는 국제기준에 맞게 9개 유형으로 간소화·체계화할 예정이다. 인증 통합 및 절차 간소화 작업은 2009년 7월부터 지식경제부가 우선적으로 도입,시행한 후 2010년 말까지 모든 부처로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인증제도 개선으로 기업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 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대외적으로 마크의 브랜드 인지도가 향상돼 인증관련 산업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회=국가통합인증마크는 중복 인증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국가통합인증마크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김용만 동양매직 상무=기업들은 이 같은 마크 제도를 매우 환영한다. 지금까지 기업은 제품에 대해 안정성,환경성,위생문제 등 다방면에서 각 부처가 법률로 지정한 인증을 획득해야 했다. 우리 회사의 냉온수기 겸용 정수기를 예로 들자면 환경부의 물 마크를 비롯해 지식경제부의 전기용품안전인증마크와 에너지소비효율등급 3개를 받아야 하는데,통합마크제도가 실시되면 1개만 받아도 된다. 따라서 인증 획득과 관리에 따른 시간적·경제적 비용이 줄어들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 ◆사회=선진국으로 갈수록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 6월 산업표준화법을 개정해 KS인증 범위를 서비스업까지 확대했다. KS인증기관인 표준협회는 서비스 인증의 의미와 향후 계획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가.
◆최갑홍 표준협회장=KS인증은 공산품과 가공기술에 실시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우리 경제는 서비스업 비중이 57%를 차지하고 종사자수 비중도 67%에 이를 정도로 크게 성장했으며 이 같은 추세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에 맞춰 실시된 KS 인증은 소비자의 불만예방 및 고객만족 활동을 통해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우리 사회가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미 서울시청의 '120 다산콜센터'를 비롯해 4개의 콜센터가 인증을 획득했다. 내년에는 AS,클리닝서비스,택배,장례식장,차량수리 등으로 점차 인증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다.
◆사회=측정표준은 표준화를 위한 기술적인 뒷받침이 되는 필수요소다.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인 표준과학연구원이 바라보는 측정표준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 설명해 달라.◆정광화 표준과학연구원장=측정표준은 그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핵심이다. 올해 표준연에서 개발한 반도체 초박막 두께 측정법이 대표적인 예다. 그동안 나노미터 산화막 두께 측정 기준에 대해 미국 일본 영국 등 세계 주요국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는데,이번에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통해 국제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관련 국제표준을 제정하고 인증표준물질을 개발,보급해 공동 분석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이 측정표준을 반도체 측정 장비업체 등에서 이용하도록 지원해 관련 산업체의 측정능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점차 강화될 표준전쟁 시대에서 민간부문의 표준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민구 서울대 교수=선진국은 대부분이 기업 위주로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제 우리 기업은 표준을 기업경영의 주요 전략으로 삼고 표준화 활동을 기업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과 표준화 연계가 필요하다.
연구개발 초기단계에서부터 △동업종 타사와의 연대 △외부 자원 활용 △타사 기술과의 상호 호환성 △주변 제품과의 표준네트워크 형성 △기술과 품질 우위성을 평가하는 평가방법의 표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작업 등을 고려해 표준을 염두에 둔 시스템적 연구개발을 해야 한다.
◆사회=효율적인 물류 시스템 구축을 위한 표준화 활동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서병륜 한국파렛트풀 대표=최근 물류는 생산지와 소비지가 멀리 떨어져 있고 다품종 소량화 현상이 눈에 띈다. 물류효율을 높이고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컨테이너와 팔렛의 표준화 및 공동화가 기반이 돼야 한다. 1990년부터 2007년까지 T-11형 표준 팔렛 보급으로 총 5조5147억원의 물류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한국은 아시아팔렛시스템연맹 회장으로서 일본 대만 중국 싱가포르 등과 공동으로 T-11형 표준 팔렛을 대여하는 방식의 아시아팔렛풀(APP)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출입시 사용되는 일회용 팔렛을 대신해 팔렛 폐기에 따른 환경문제도 해결하고 기업의 물류비용도 절감하고 있다.
◆사회=올해 '세계 표준의 날' 메시지가 '지속가능한 지능형 빌딩'이다. 이 슬로건은 최근 우리 정부가 제시한 신국가 발전 패러다임인 '녹색성장'과 일맥상통해 보이는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표준화정책이나 추진전략은 어떤 것이 있나.
◆남 원장=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제시된 저탄소·녹색성장은 온실가스와 환경오염을 줄이는 첨단기술·청정에너지 기술로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지속가능 성장을 이끄는 국가발전 전략이다. 저탄소·녹색성장을 위해 기술표준원에서는 신재생 에너지,원자력,전력IT,자원순환 등 지속가능한 성장산업 표준을 그린스탠더드(Green Standard)로 정의하고 이와 관련된 표준화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선 선진국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는 그린에너지 분야의 국내 기술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우리는 국제표준을 도입,개발하고 이를 통해 인증 및 적합성 평가제도를 국제수준으로 선진화해 그린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에너지경영시스템(EMS) 등의 표준·인증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기술 및 국가표준을 국제기준과 부합시킬 것이다. 특히 에너지 효율 향상을 지원하며,재활용 제품 관련 KS규격 제정 등 표준화를 통한 자원 순환 촉진을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기후변화 및 국제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표준에 환경성을 도입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보고 지침 등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관리 표준화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초기 기술개발과 표준화를 연계해 신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세부 표준화 로드맵을 수립하고 산업별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2013년까지 200여개의 관련 국제표준을 제안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에너지,경제,기후 간 선순환 구조를 유도하는 발전전략이며 지속가능한 성장과 흐름을 같이 하는 국가비전이기 때문에 기술표준원은 그린스탠더드 표준화정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정리=황경남 기자/사진=임대철 인턴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