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부동산포럼] (5) 분당ㆍ용인 ‥ "급급매 쏟아지는데­…집값 바닥 아무도 몰라요"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경제TV,한경닷컴,한경매거진 등 한국경제미디어그룹은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 분당구 구미동의 GS건설 구성자이 3차 모델하우스에서 '제5회 전국 순회 한경 부동산포럼'을 열고 분당.용인 일대의 부동산 동향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이날 포럼에는 한국경제신문 선정 '베스트 공인중개사' 16명과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박합수 국민은행 PB팀 부동산팀장,한국경제미디어그룹의 부동산 담당 기자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포럼 내용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넷 매체인 한경닷컴,주간 한경비즈니스,월간 머니 등에 실리며 한국경제TV를 통해 방송됩니다. 포럼은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선도하는 핵심 권역을 찾아 집중 진단하는 방식으로 연중 개최됩니다.


"한 달 만에 5000만원 이상 내린 아파트 단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집값이 바닥을 언제 칠지 예측하기 조차 힘들어요. "경기도 분당.용인지역 한경 베스트공인중개사들의 목소리다. 분당과 용인은 과거 수도권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버블세븐'(서울 강남.서초.송파구,목동,경기 분당.용인.평촌) 중에서도 상승률이 돋보였던 곳으로 꼽힌다. 하지만 올 들어 가파른 하락세와 함께 거래마저 끊기면서 베스트공인중개사들은 "사실상 부동산 시장이 마비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집값 날개없는 추락

이들은 시장 분위기도 '매수자 우위'로 바뀐 지 오래라고 입을 모았다.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이 일방적으로 후려친 값을 매도자(집주인)가 받아들여야 거래가 겨우 성사된다는 얘기다. '분당 100㎡(30평형대) 아파트=6억원대'라는 등식은 이미 깨진 지 오래고,4억원대의 '급급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들은 '집값 하락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며 정부의 수요 진작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임원택 팔팔공인(용인 수지 죽전동) 대표는 "집값이 한 달 만에 5000만원가량 빠진 단지도 있다"며 "지난달 말 죽전동 현대 7차 아파트 109㎡(33평형)가 4억63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4억2000만원대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국대학교 캠퍼스 이전 호재에도 불구하고 일부 원룸을 제외한 아파트 시세는 계속 하락세"라고 설명했다.

성기덕 창대공인(분당구 야탑동) 대표는 "집값이 정점에 달했던 2006년 10월 9억원을 웃돌던 125㎡(38평형)가 지금은 38.5%나 빠진 6억5000만원에 나와있다"며 "중소형 아파트 값도 당시보다 10~20% 낮아졌지만 이마저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 경기 불황 여파로 거래가 아예 끊겼다"고 말했다.

안한선 삼성공인(분당구 이매동) 대표는 "이매동 금강아파트 102㎡(31평형)의 경우 최근 집주인이 일시적 1세대 2주택 유예기간 만료시한이 다가오면서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급매물보다 훨씬 싼 4억6000만원에 집을 내놓자 인근 중개업소들이 말리는 일까지 벌어졌다"며 "매물을 거둬들였던 집주인은 얼마 안가 결국 같은 가격대에 집을 다시 내놓았다"고 전했다. 그는 "용인은 2002년부터 아파트 공급량이 지나치게 많았고 땅값 거품이 아파트값을 밀어올렸다"며 "1년반 전 만해도 서울 사당동의 152㎡(46평형) 아파트가 4억7000만원일 때 죽전에서는 같은 평형이 5억5000만원일 정도로 거품이 많이 끼었다"고 지적했다. 정봉규 그랜드공인(분당 수내동) 대표는 "지난 7월 이후 수내동에서는 아파트 거래가 전무하다"며 "서울 잠실이나 반포에서 대규모 입주물량이 주변 집값을 끌어내린 것처럼 분당.용인권도 내년으로 예정된 판교신도시 입주 영향을 이미 받고 있다"며 "분당 일부 지역은 평촌보다 집값이 싸졌다"고 설명했다. ◆아직도 바닥이 안보인다

베스트중개사들은 '집값 대세 하락기'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쳐 집값이 바닥에 근접했는지,적정 투자 시기는 언제인지 가늠하기 조차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한성희 래미안공인(분당 이매동) 대표는 "정부가 공개하는 실거래가 통계나 국민은행 시세표에 실린 가격보다 훨씬 낮게 거래되는 물건이 수두룩한 판국에 바닥을 쳤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일반인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집값이 훨씬 더 빠져 있고 하락세가 언제 멈출지도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오영석 이화공인(분당 정자동) 대표도 "집값이 바닥인지,아닌지를 떠나 시세보다 훨씬 싼 급매물들이 아직도 많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실수요자에겐 갈아타기 기회


투자보다 실거주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면 작은 평수에서 큰 평수로 갈아타기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나왔다. 유희주 연세공인(용인 죽전동) 대표는 "상대적으로 가수요가 많이 몰렸던 중대형 아파트의 하락폭이 훨씬 크다 보니 이 일대 79㎡(24평형)와 109㎡(33평형) 아파트의 가격차가 1년 전 1억5000만~2억원에서 지금은 7000만~1억원 선으로 좁혀졌다"며 "전반적으로 거래가 끊겼지만 갈아타기를 시도하려는 사람들은 꽤 있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오영석 대표는 "분당은 다른 신도시에 비해 쾌적하고 교통 및 교육 여건도 좋은 만큼 시세보다 훨씬 싸게 나온 급매물은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용인에서 이미 집값이 많이 내린 곳은 추가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께 경기가 회복되면 부동산 시장도 조금씩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PB팀 부동산팀장은 "지금의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위기로 연결되지만 않는다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수요가 살아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도세 거주요건 강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광일 유승공인(용인 수지 풍덕천동) 대표는 "내년 7월1일부터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를 위한 거주 요건이 서울 및 5대 신도시에서 전국으로 확대되면 용인 지역 부동산 수요가 더욱 위축되고 위장전입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며 거주 요건 강화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원택 대표도 "새로 거주 요건이 적용될 곳 가운데 용인 등 서울 인근 도시는 다시 한번 폭탄을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