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곳 없어 헤매던 '돈' 앞다퉈 저축은행으로

금리 8%대 인상에 예금 몰려…창구직원들 "돈받느라 점심도 걸러"

20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솔로몬저축은행 본점 영업부.창구에는 정기 예ㆍ적금에 가입하려는 고객 50여명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부 A씨(44)는 "그동안 적립식 펀드에 매달 100만원 정도를 꾸준히 부어 왔는데 수익률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져 해약했다"면서 "차라리 그 돈을 1년짜리 정기예금에 넣어 두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찾아왔다"고 말했다. 영업부 최송아 대리(여ㆍ30)는 "오늘은 손님이 너무 많아 창구 직원들이 모두 점심을 걸렀다"면서 "신규 고객뿐 아니라 기존 고객들도 예금을 갈아타는 것이 유리한지 상담하기 위해 영업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상호저축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일제히 연 8% 가까이로 올리자 시중 자금이 저축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은 이날 6개월제 및 1년제 정기예금 금리를 연 7.9%에서 연 8.0%로 0.1%포인트 인상했다. 이 저축은행의 수신 계좌 수는 금리가 연 7%대가 되기 전인 지난 8월18일에는 27만7414개였지만 지금(10월17일 기준)은 30만8548개로 11.2% 늘었다. 연 7.95%의 정기예금 금리(1년제 기준)를 주고 있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지난 17일 하루에만 약 300억원의 수신액을 기록했다. 평소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 저축은행 관계자는 "증시를 빠져 나온 돈이 고금리를 좇아 저축은행권으로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 은행 예금 상품은 대부분 단리식이지만 저축은행 상품은 복리식과 단리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연 8% 금리의 저축은행 정기예금에 1000만원을 넣었다면 복리식으로 할 경우 연 8.29%의 이자를 받게 돼 1년 뒤 82만9995원(세전)의 이자 소득이 발생한다. 매달 이자를 찾아가는 단리식을 선택하면 한 달에 6만6666원(세전)의 이자를 찾아갈 수 있다. 최근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들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는 5000만원 미만의 돈을 예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축은행들이 8% 수준의 금리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시중 은행들이 연 7%대 금리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데 따른 대응 차원이다. 하나은행은 최근 6개월제 및 3개월제 특판 정기예금에 각각 연 7.19%(6개월제)와 연 6.56%(3개월제)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7.2%이며 외환은행도 최고 연 7.1%를 준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예금이 증시로 줄줄이 빠져 나갔지만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자금을 5000만원 이내로 잘라 여러 저축은행의 정기예금에 나눠 가입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