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출자지분 팔아 자회사 '퍼주기'

NHN이 자회사에 대한 '퍼주기식' 지원을 하자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매년 수백억원씩 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 네오플 보유지분을 매각해 일부를 NHN게임스 전환사채(CB) 인수에 썼기 때문이다.

NHN게임스는 적자에 허덕이는 게임개발사 웹젠을 최근 인수하는데 480억원 가까이 쏟아부어 자금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모회사 NHN은 그동안 NHN게임스가 자금을 "자체 조달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왔었다.21일 증시에서 NHN 주가는 전날보다 800원(0.61%) 오른 13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2만5600원까지 밀리며 약세를 면치 못하다가 장 막판 저가매수세 유입으로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NHN 주가가 갈피를 잡지 못했던 것은 네오플 지분 매각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NHN은 전일 장 마감후 공시를 내고 보유중이던 네오플 주식 37만7075주(29.85%) 전량을 넥슨에 매각키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대금은 주당 17만5000원으로 총 659억8800만원이다. NHN은 또 자회사 NHN저팬이 보유하고 있던 네오플 지분 11%도 243억원에 팔기로 했다.

NHN이 이번에 처분하기로 결정한 네오플 지분은 지난 2006년 4월 인수한 것이다. 당시 NHN은 네오플 주식 112만1684주(60%)를 240억원에 매입했었다. 이후 작년 8월 네오플이 유상감자를 단행하자 NHN은 60만5709주를 231억6500만원에 처분하고 남은 잔량 51만여주를 이번 계약으로 넥슨측에 넘겼다. NHN(자회사 포함)이 네오플 지분 처분으로 챙긴 차액은 8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문제는 매각대금 중 일부인 250억원이 자회사 NHN게임스 전환사채(CB) 인수에 쓰였다는 것이다.
게임 개발을 맡고 있는 NHN게임스는 작년 말부터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의 표적이 됐던 1세대 게임개발사 웹젠 지분을 최근 23.74%까지 취득해 이 회사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웹젠은 작년 연간 95억원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119억원으로 적자폭이 늘어나는 등 계속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M&A 세력의 표적이 됐던 것도 개발비를 많이 쏟아부은 기대작들이 잇달아 흥행에 참패,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적자 회사를 인수한 NHN게임스를 지원하기 위해 NHN이 알짜 회사 지분을 매각하자 시장에서는 매각 차익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최경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네오플 지분 매각으로 NHN의 지분법손익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네오플이 개발한 인기게임 '던전앤파이터'가 그동안 NHN의 한게임을 통해 서비스되었는데, 다음달부터 네오플이 독자적으로 채널링에 나설 예정이어서 관련 매출이 더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최 연구원은 "작년 기준으로 네오플이 NHN에 가져다준 지분법 이익만 115억원에 달해 해외 자회사들의 적자를 일정부분 보전해주는 효과가 있었다"며 "앞으로 NHN의 지분법 손실폭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오플 매각 자금이 NHN게임스 지원 자금으로 흘러들어간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NHN은 그동안 NHN게임스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여러번 강조해 투자자들을 안심시켜놓고는 출자 지분을 팔아 자회사에 투입한 것은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황인준 NHN 최고재무책임자(CFO)는 "NHN게임스가 자체 자금 조달을 위해 투자자들을 꾸준히 모색해왔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투자유치 조건이 너무 나빴다"며 "이번 CB인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네오플 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도 황 CFO는 "경영권도 없는 상태에서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넥슨은 지난 7월 네오플 지분 60%와 경영권을 인수한 바 있다.

최경진 연구원은 "NHN게임스의 웹젠 인수가 잘 된 것인지는 시간이 좀 지나봐야 알 수 있다"며 "그러나 네오플이 가져다주던 지분법이익 만큼 NHN게임스가 이익을 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