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대책 … 학원 '내성'만 키운다

"등록말소돼도 이름바꿔 문열면 돼"
"등록 말소요? 등록 말소 당해도 학원이름만 바꾸면 백번이라도 새롭게 개원할 수 있어요. 걱정 안 해요. "

정부가 최근 학원 등록 말소 등 강도 높은 사교육비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학원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빠져나갈 구멍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학원들의 내성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원비를 잡기 위한 목적으로 다양한 규제책을 담은 '학원설립ㆍ운영에 관한 조례시행규칙'을 입법예고한 지 이틀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 등 주요 학원가는 크게 긴장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과장 광고 한 번에도 등록 말소되는 강력 조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강남 대치동의 수학전문 P학원 김모 강사는 "등록 말소 당해도 다른 명의로 학원을 운영하면 된다"며 "학부모들은 학원 이름보다 '강사'를 보고 오기 때문에 소형 학원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원래 학원명을 쓰지 못하더라도 명칭만 살짝 바꿔 쓰면 얼마든지 학원 운영을 계속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학원명이 등록 말소돼도 'e-○○' 학원으로 개명해 다시 문을 열 수 있다. 카드결제 거부시 처벌할 수 있게 된 신설조항에 대해 학부모 학생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고2와 고3 두 자녀를 둔 학부모 정모씨는 "만약 학원비가 35만원이라면 20만원은 카드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낸다"며 "이럴 경우 학원장과 학원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이번 학원비 대책으로 학원비가 되레 오르는 부작용도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 학부모는 "이번 학원비 대책은 일부 고액 과외를 잡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인 학원비 인상으로 이어져 오히려 가계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대치동의 U학원 조모 원장은 "새 학원비 산출 시스템으로 규제 기준이 올랐다"며 "지금까지는 일주일에 3일 3시간씩 수업하고 15만원 정도 받았는데 새 시스템으로 산출해 보면 30만원을 받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의 양기훈 평생학습진흥과 사무관은 "학원들이 말로만 신경 안 쓴다고 하는 것"이라며 "실제 등록 말소 조치를 당하면 기존의 학원명을 쓸 수 없기 때문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 개인이 다른 장소에서 학원을 열 수 없게 하는 것은 교육청의 권한을 넘어서는 법적인 문제"라며 "친인척 명의로 다시 학원을 하면 규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강해림/최민지 인턴(한국외대 3학년)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