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메독와인협회 필립 당브린 회장‥"8字로 끝난 해 포도작황 좋아, 2008년産도 기대하세요"

佛메독와인협회 필립 당브린 회장‥"8字로 끝난 해 포도작황 좋아, 2008년産도 기대하세요"
한강서 '선상 시음회'

"신대륙 와인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세계 와인 인구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기에 프랑스 와인업계에는 오히려 반가운 소식이죠."지난 20일 저녁 서울 잠원동의 한 선상 레스토랑에서 만난 필립 당브린 메독와인협회 회장(52)은 이같이 말했다. 당브린 회장은 '와인의 고향'으로 불리는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 메독 지역의 와인업체들을 대표한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메독 지방은 오메독,리스트락메독,생줄리앙 등 8개 아펠라시옹(주요 산지)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2만㏊에서 연간 8억병의 와인을 생산,이 중 절반을 수출한다.

당브린 회장은 "하나의 품종으로 만들어 맛이 단순한 신대륙 와인과 3~4가지 품종을 블렌딩한 보르도 와인의 복잡함 및 섬세함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며 "처음에는 저렴한 신대륙 와인을 통해 와인에 입문하고 시간이 갈수록 프랑스 보르도로 옮겨가는 것이 순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개 '보르도 와인=비싼 와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랑크뤼 등급 와인은 프랑스 사람들에게도 비싸다"며 "품질이 보증되는 값싼 와인을 생산하는 게 보르도 와인생산업자들의 공통된 관심"이라고 덧붙였다.

파리 출신의 당브린 회장은 대학 시절 수의사가 되기 위해 동물병원에서 일한 이색 경력도 갖고 있다. "보르도 지방으로 여행을 가면서 진로가 뒤바뀌었죠.여행 중 돈벌이를 위해 메독에서 포도 수확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때 메독 와인에 푹 빠졌습니다. 이후 독학으로 와인을 공부했습니다. 이후 샤토 그레작을 경영할 기회가 찾아왔죠.샤토 그레작의 실질적인 오너는 페라리를 만드는 가문인데 저의 열정 하나만 보고 경영권을 넘겼습니다. "2006년 협회장을 맡은 그는 '떠오르는 시장'인 아시아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그는 "한국은 현재 메독 와인의 8번째 수입국이지만 성장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올해 두 번째로 메독 와인 시음회를 연 당브린 회장이 한국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시음회 장소 선정 등 모든 것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와인 행사는 호텔에서 열지만 한강을 보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한강에 떠있는 이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맛본다면 보르도를 가로지르는 지롱드강에서 와인을 맛보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해서죠.섬과 같이 고립된 메독 지역의 특색이나 물 위에 떠있는 배도 비슷하고요(웃음)."

당브린 회장은 "최근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와인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렇지만 어려울수록 술을 많이 찾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