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단기평가 지나치다] 선진국 연기금의 운용은…

美 '캘퍼스' 日 '공적연금' 장기 자산배분에 초점

미국의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CalPERS)이나 일본의 공적연금(GPIF) 등 세계 유수의 연기금들은 어떻게 운용되고 있을까. 스웨덴처럼 연기금 운용 펀드를 두 개 이상으로 분리해 놓은 곳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인 운용 체계는 국민연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캘퍼스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위원회 격인 관리이사회가 있고 산하의 투자위원회 결정에 따라 투자가 집행된다.

캐나다 연금기금(CPPIB)도 비슷한 이사회를 두고 있다. 일본의 GPIF 역시 마찬가지다.

기금운용위원회의 구성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캐나다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은 민간 전문가로만 위원회를 꾸리는 반면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은 가입자와 정부 측 인사가 참여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기금운용위원회가 가입자 대표 12명과 정부 위원 6명을 포함한 21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현재 민간 전문가 7명으로 변경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

이 같은 구성의 차이는 연기금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캐나다 CPPIB는 국채 등 확정이자형 상품에 주로 투자하는 반면 국민연금은 주식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도 많이 투자하기 때문에 자산 운용의 중요성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기금 운용을 민간에게 완전 위탁하는 연금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자산 운용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운용시스템 내실에서는 국민연금이 해외 연기금들에 비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1년에 4번 회의를 통해 기금을 관리하는 반면 CalPERS나 CCPIB는 월 1회 이상 위원회를 열고 있다. 산하위원회에서도 1년에 6번 이상 회의를 열어 부문별 세부 안건을 검토 및 심의한다. 또 가입자 대표 등이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있지만 대부분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어서 국민연금처럼 '대표성'만 내세운 노조 관계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외국에서는 또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주로 자산배분 등 투자의 큰 골격을 짜는 데 큰 공을 들인다. 이 때문에 기금운용본부가 좌우할 수 있는 운용 수익률의 비중이 크지 않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CalPERS의 경우 기금운용본부가 결정짓는 수익률은 전체의 10%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민연금처럼 주식 비중을 단기에 늘리는 것 등에 대한 찬반 논란이 애초부터 일어나기 힘든 구조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