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몸은 낮췄지만…"생색내기용 불과 … 실질적 조치 필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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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 회동 … 임금 삭감ㆍ점포축소 등 잇단 자구책
은행들이 정부의 유동성 지원과 관련,잇달아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시중은행장들이 22일 긴급 회동을 갖고 임원 연봉 삭감과 중소기업 지원,가계고객 보호 등을 결의한 데 이어 우리금융 농협 등 개별 은행들도 임원 임금 10% 삭감 등의 구체적인 자구책을 발표했다. 은행들은 이 같은 조치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출의 만기 연장 등 이미 발표된 내용을 다시 내놓는 등 정부 압박에 따른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잇단 자구책 발표
은행장들이 이날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과 관련한 은행권 결의'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밝힌 자구조치의 내용은 크게 4가지다. 먼저 임원 임금 삭감과 함께 직원 임금의 동결을 유도하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내년 6월 말까지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한편 가계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의 만기 연장과 분할 상환 유예 등의 조치도 취하겠다는 것이다. 신용회복기금을 통한 금융소외자 지원과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는 등 사회공헌활동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은행장들의 결의문 채택과 함께 이날 각 은행의 구체적인 자구책 발표도 잇따랐다. 우리금융그룹은 그룹과 계열사의 임원 급여를 10% 삭감하고 조직 효율화를 위해 과감한 중복 점포 통폐합과 점포 신설 억제,적자 점포 폐쇄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력 효율화를 위해 정원을 동결하고 예산의 축소 운영과 내년도 예산 동결,임직원 업무추진비 20% 축소,국외 출장 억제,소모성 경비 대폭 삭감 등 자구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이에 추가해 임원 외에 본부장에 대해서도 5%의 급여를 반납토록 하고 10%의 비용 절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과 매칭펀드를 조성,중소협력업체에 대한 공동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저수익 자산의 매각과 예대비율 개선 등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농협도 이날 임원 및 간부 직원,자회사 임원의 급여 10% 삭감을 포함한 자구 계획을 발표했다. 고정투자 이외의 신규 투자를 전면 중지하고 점포 신설 억제 및 적자 점포 폐쇄,농협중앙회 정원 동결,해외 출장 전면 금지 등의 자구 방안을 제시했다. ◆생색내기용 시각도
일부에서는 은행들의 이 같은 '몸낮추기'가 정부 압박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나선 것으로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은행장들이 결의문에서 "깊은 반성과 함께 책임감을 느끼면서 국민과 고통을 분담하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무엇을 반성한다는 것인지 내용은 없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임금 삭감이나 대출 만기 연장과 같은 여론 달래기식의 처방보다는 원가 절감을 통한 금리 부담 완화 등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현욱 KDI 연구위원은 "현재는 금융위기 상황인 만큼 은행을 지원하되 사후 책임 소재를 가려 부실 분담 원칙을 철저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