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 낮춰 대출금리 하락 유도

재정부ㆍ금융위, 한은에 은행채 매입 촉구

"한국은행이 은행채를 매입해 주면 은행채 금리가 떨어지고,은행채 금리가 떨어지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떨어질 것이다. CD 금리 하락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대출자들의 부담도 낮아진다. 제2금융권의 건전성도 확보할 수 있는 등 선제적인 대응이 된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하루 앞둔 22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이같이 말했다. 한은에 은행채 매입을 강하게 압박한 셈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오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은의 은행채 매입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한 데 이어 이 부위원장도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금융시장 여건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는데도 불구하고 은행채와 CD 금리는 거꾸로 오르는 등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금리 조정으로 시장금리를 바꿔나가는 중앙은행의 핵심 기능이 고장난 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권력을 가진 한은이 은행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 재정부와 금융위의 판단이다. 시중은행에 싼 자금이 흘러들어가야 가계 대출 및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내려가는 '자금시장의 선순환구조'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금리 부담을 줄여야 가계대출 연체 등의 대출 부실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부위원장은 "국내 은행들이 위험해서 은행채를 매입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은행채 유통이 어려워 금리가 오르면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해 은행 수익성이 떨어지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자금의 은행 유입으로 2금융권도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2금융권의 연쇄 부실을 막기 위해서도 은행채 매입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은행들의 대외 차입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과 외화 유동성 300억달러 공급 등의 조치는 다른 나라들이 모두 하고 있는 '최소한의 정책대응'으로 보고 있다. 이 부위원장은 "이 같은 조치들은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수비만 한 것"이라면서 "이에 비해 한국은행의 은행채 매입은 공격이라고 볼 수 있는 선제적 조치"로 비유했다. 한은의 은행채 매입은 현재 악화된 자금시장 상황을 적극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정책수단이라는 설명이다.

이 부위원장은 또 은행들의 모럴해저드나 자산확대 우려에 대해서는 "은행들에 대한 감독을 대폭 강화해 자산 증가를 확실히 막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23일 금통위 회의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