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CEO] (주)이앤티‥"슬러지·합성수지 폐기물도 돈 되는 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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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에너지대체 '일석이조', 친환경 유화재생유 생산 '눈길' 고형연료 버너 개발 신사업도

지난 6일 경상남도 밀양시 하남읍의 자원재활용업체 ㈜이앤티(대표 박갑진 www.entind.com)의 슬러지 건조연료화공장.부산의 정수처리장과 제지공장에서 슬러지를 싣고 온 20t 덤프트럭 4대가 줄지어 공장입구에 들어섰다. 슬러지 보관창고 앞에서 한 덤프트럭이 적재함을 기울이자 물기를 가득 머금어 걸쭉한 각종 무기ㆍ유기 침전물이 쏟아진다. 보관창고 안에는 스팀으로 자연 건조되기 시작한 지 일주일된 슬러지들이 말라가고 있다. 이 슬러지들은 다시 1차,2차 건조시설을 거치면서 유해물질이 제거된 뒤 자연토양과 유사한 조건의 흙으로 재탄생한다. 이 인공토는 녹생토 원료,배양토,화분석,벽돌,건축용 내장재 등으로 다시 쓰인다.

요즘 이곳에서 하루 동안 재활용되는 슬러지는 정수슬러지 250t,제지슬러지 200t 등 모두 450여t.지난해 7월부터 공장을 가동,1년이 조금 넘었지만 슬러지 처리량이 급속히 늘면서 벌써 몇 달째 건조연료화공장이 풀가동 중이다. 이 회사 박갑진 대표는 "예정된 처리량을 소화하려면 하루 정수슬러지 500t,제지슬러지 400t 등 총 900t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내년 초까지 빼곡 채워진 작업일정표를 보여줬다. ㈜이앤티는 올해만 벌써 12곳의 정수장과 슬러지 처리계약을 맺었다. 마산,진해,김해,부산 등 지리적으로 가까운 경상도 지역이 대부분이다. 이 중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직접 발주한 정수장이 절반을 차지한다.

이 회사는 2006년 10월 설립된 신생 기업이지만 우수한 자원재활용 기술과 처리설비를 갖춰 인지도가 높다. 특히 슬러지처리 부문에서는 웬만한 중견기업 못지않은 처리능력을 갖춰 업계의 호응이 좋다. 단순히 처리량만 많은 것이 아니라 처리방법의 질적 수준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슬러지 처리방법이 단순히 부피나 수분을 줄여 다시 매립,소각하거나 해양에 투기하는 형식이어서 근본적인 처리라고 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또 유기 슬러지에만 적용 가능한 방법이어서 무기 슬러지 처리는 숙제로 남아있었다.

이에 반해 ㈜이앤티의 슬러지설비 플랜트는 유기슬러지뿐만 아니라 무기슬러지도 재활용할 수 있다. 또 기존 처리방식이 비환경적인 것과 달리 환경을 오염시킬 우려도 없고 폐기물을 자원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슬러지 처리 후 최종 부산물인 인공토는 무ㆍ유기질 비료성분을 흡습시켰기 때문에 농업용으로 사용할 경우 식물생장을 촉진하고 토양 건조화 및 산성화를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이 회사는 슬러지 재활용 공정과 인공토 제조기술로 2건의 특허를 획득했다. 슬러지처리사업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분야다. 런던협약에 따른 해양환경관리법 시행으로 2012년까지 하수처리장 슬러지의 해양투기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수량이 증가하면서 늘어나는 슬러지를 처리할 수 있는 하수처리시설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이 부분의 일감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이앤티는 올 1월 공장 건물을 기존의 3141㎡에서 5656㎡로 두 배 가까이 증축했다. 유기제 합성수지류 폐기물을 재활용한 유화재생유 사업을 새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화설비 플랜트의 가동은 지난 4월부터 본격화됐다. 슬러지 처리기술을 집약한 두 번째 자원재활용사업 역시 특허 기술력 적용으로 높은 성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무엇보다 폐합성수지의 소각 처리로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 환경유해물질의 발생을 최소화해 친환경적이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재생유 제조과정은 슬러지 처리과정보다 좀 더 복잡하다. 먼저 버려진 농업용 폐비닐,폐플라스틱,폐스티로폼 등을 수거해 2차례에 걸쳐 분쇄하고 불순물을 분리한다. 이를 다시 진공상태의 보관시설에 모은 뒤,고열촉매방법을 사용해 고체를 액체로 녹이는 융용과정을 거친다. 이 액체는 저기압 분리탑,TRC반응기,휘발유ㆍ경유 분리탑,교반기,침전조,여과기 등을 순서대로 거치면서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정제유로 만들어진다.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은 8000ℓ 정도.이만큼의 정제유를 생산하려면 20t의 폐합성수지가 필요하다. 톤(t)당 원유 수율이 40%에 달한다. 열분해 시간에 따라 83%까지도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환원율이 높아 덩치 큰 고가설비가 필요할 것 같지만,이 회사의 유화설비 플랜트는 가장 최소화된 면적의 소형설비로 가동된다. 필수 선별과정만을 거치도록 전처리설비도 최소화했다. 설비가 간단하다보니 소수인원으로도 운전 가능하도록 모든 공정을 자동화했다. 또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 정제실마다 역류방지트랩을 설치했다. 소량의 잔사물은 위탁시설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 유화 환원 후 생산된 정제유는 경질유나 중질유를 대체하는 산업용 원료로 활용가치가 높아 에너지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 회사측은 이 정제유를 자체 공장시설을 가동하는 원료로 사용해 자원처리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보일러용 등의 외부 판매를 통해 부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앤티는 최근에 성장 엔진을 하나 더 장착했다. 세 번째 사업으로 시작한 고형연료(RPF) 버너개발 사업이 그것이다.

RPF(Refuse Plastic Fuel)는 각종 산업폐기물 중에서 수분과 금속 등 불연성 물질을 제거하고 가연성분을 추출,가공해 만든 일명 '저공해 폐기물 재활용 고체 연료'다. 대체연료지만 ㎏당 발열량은 석탄의 8000㎉보다 높은 8162㎉로 에너지 재활용 가치가 높다. 또 폐기물을 단순 처리 목적으로 소각할 때는 22.5%의 연소재가 발생하지만,RPF를 생산하기 위한 연소 작업에서는 5% 정도의 연소재가 발생해 환경오염도 줄일수 있다. 무엇보다 다이옥신 등 유해가스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또 수분함량이 적고 악취 발생이 없어 보관과 수송 등 취급이 용이하기 때문에 연료로서의 제품가치도 우수하다.

㈜이앤티는 RPF 생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를 원료로 한 전용 버너시스템을 제조해 보급 중이다. 이 버너는 RPF에 열을 가해 기체 형태의 연료가스로 만들고 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작동한다. 온수,온풍,증기 발생 기능에 연소실의 직열을 활용한 건조 기능까지 총 네 가지의 유용한 기능을 갖췄다. 화훼온실 난방,양어장 난방,군부대 난방,각종 건조장치 열원,세탁장치 열원,자원재활용시설 열원 등으로 활용범위가 무한히 넓다. 이 회사의 제품은 시간당 30만㎉의 RPF 버너에서부터 50만㎉,75만㎉,100만㎉,150만㎉의 버너까지 출시됐다. 최근에는 로터리킬른(회전가마)에 장착해 사용하는 200만㎉/h의 RPF 버너를 개발해 시판에 나섰다. ㈜이앤티의 사업분야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환경과 자연보호,에너지 절감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면 두 팔 걷고 나서겠다는 열정이 이 회사의 성장원동력이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