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제네시스 쿠페 380 GT‥후륜구동 스포츠카의 폭발력, 강한 엔진음도 질주본능 자극

제네시스 쿠페는 질주 본능을 자극하는 차다. 현대자동차가 만든 후륜 구동 방식의 첫 정통 스포츠카 답게 유려한 외관을 갖췄다. 폭발적인 주행 성능은 웬만한 수입 스포츠카 못지 않다. 스쿠프,티뷰론,투스카니로 이어지는 기존 현대차 스포츠카의 수준을 한차원 끌어올린 모델로 평가받는 이유다.

현대차는 글로벌 고성능 스포츠카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목표 아래 대형 세단인 제네시스 차체를 기본 뼈대로 채택할 정도로 제네시스 쿠페에 심혈을 기울였다. 직전 모델인 투스카니보다 덩치와 파워가 모두 커졌다. 짧은 오버행(앞범퍼에서 앞바퀴 중심까지 거리)과 긴 휠베이스(앞·뒤 바퀴 사이의 간격)는 한눈에도 정통 스포츠카 이미지를 물씬 풍겼다. 별다른 장식 없이 매끈하면서 심플한 분위기를 연출한 외부 디자인도 돋보였다. 19인치의 큰 휠과 뒷부분의 듀얼 머플러 등도 당당한 느낌을 부각시켰다.

차 안은 일반 세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운전석과 중앙부는 움푹 파였지만 측면은 돌출된 형태의 시트 등받이가 두드러졌다.

과격한 주행이나 급격한 코너링에도 탑승자의 몸이 좌우로 쏠리는 것을 잡아준다고 했다. 전투기 조종석처럼 완만한 경사를 가진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기기 조작부)는 하이테크 분위기를 더했다. 시승차로 준비된 380 GT 모델의 시동버튼을 눌렀다. 스포츠카치고는 너무나 조용한 엔진음이 의아했지만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역동적이고 중후한 엔진 사운드가 귓전을 강하게 때렸다.

현대차는 유럽 현지의 사운드 개발 전문가들과 함께 튜닝을 했다고 했다. 정지 상태에서는 조용하다가 출발과 함께 폭발적인 엔진 사운드와 힘을 발휘하도록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강한 엔진음을 즐기며 질주에 나섰다. 처음부터 가속에 거침이 없었고 급작스러운 코너링에서도 안정감을 보여줬다. 제주 산악도로에서 주행했지만 틈틈이 시속 200㎞를 가볍게 주파했다. 이 차의 질주 성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도로가 많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380 GT 모델에 장착된 3.8 람다 RS 엔진은 현대차 엔진 라인업 중 최고출력을 자랑하는 스포츠카용 고성능 엔진이다. 별도의 설계와 튜닝을 거쳐 최대출력 303마력에 순간 가속력을 나타내는 최대토크는 36.8㎏·m.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시간(제로백)이 6.5초에 불과하다.

2.0 터보엔진을 단 200 터보 모델도 최대출력 210마력에 최대토크 30.5㎞·m로 제로백이 8.5초다. 인터넷 동호회에서는 제로백이 회사 측 제시치보다 좋게 나온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을 만큼 엔진 성능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브렘보사의 브레이크 시스템과 일본 브리지스톤의 포텐자 타이어,독일 ZF사의 6단 자동변속기 등 세계 최고 브랜드의 전문 부품들 또한 고성능 스포츠카로서의 완성도를 한껏 높였다. 며칠 전 한 친구가 '지금 타고 있는 쏘나타를 팔고 제네시스 쿠페를 사고 싶은데 4인승으로도 괜찮겠느냐'고 물어왔다. 투스카니보다 훨씬 커진 덩치 덕분에 뒷좌석에 아이를 태울 거라면 괜찮을 것 같다고 답해줬다. 그는 '다소 튀는 선택인 걸 알지만,지금 아니면 영원히 어렵지 않겠느냐'며 당장 계약하겠다고 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