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08‥(5) 인재가 미래다] 미셸 리 워싱턴DC 교육감의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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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만해도 학생들에게 돈 주고
성적 나쁜 학교 없애 교사 700명 잘랐더니
가망없던 꼴지학교 '성적 대반란'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의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면 돈을 받는다. 보름 동안 100달러를 받은 학생도 있다. 워싱턴DC 교육청이 이달부터 수업시간에 지각.결석하지 않거나 숙제를 잘 내거나 좋은 성적을 올릴 때마다 점수를 부과해 1점에 2달러씩 주기로 한 덕분이다. 지난 15일까지 학생들에게 주어진 현금은 총 13만7813달러.학생 1인당 평균 43달러(약 5만7000원)가 주어졌다. 파격적인 '현금 포상금(Capital Gains)'제도를 도입한 주인공은 바로 재미교포 2세인 미셸 리(한국명 이양희.38) 워싱턴DC 교육감이다. 그는 '교육개혁의 전도사'나 '교사들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욕을 먹고 시위대로부터 쓰레기 세례를 받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취임 후 1년 동안 실적이 좋지 않은 27개 학교를 아예 폐교했다. 700명의 교사들을 몽땅 해고해버렸을 정도로 '강성 중의 강성'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워싱턴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도 그는 '업무 중'이었다. 모니터를 쳐다보며 하던 일을 계속했다. 인터뷰 중에도 그의 대답은 간단했고 분명했다. 공교육 개혁에 대한 의지가 말끝마다 풍겨나왔다.
가장 먼저 "학생들에게 현금을 주기로 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워싱턴DC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학교 밖에서 나쁜 짓을 할 때 더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유혹을 받고 있다. 마약거래상이 되거나 강도짓을 할 수도 있다. 현금을 주는 것은 이들로 하여금 공부하도록 만드는 충분한 성취 동기가 된다"는 설명이 이내 돌아왔다. 그가 맡고 있는 워싱턴DC는 학습 환경이 나쁘기로 유명하다. 187개 공립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흑인이나 히스패닉이다. 학생 1명당 예산은 1만3000달러에 달하지만 대표적 '공교육 실패지역'으로 꼽혀 왔다. 학생들의 성적은 전국 꼴찌였다. 그는 "내 목표는 명확하다. 워싱턴DC의 공립학교들을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내는 학교로 만드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부유한 백인 학생들과 가난한 흑인 학생들 사이의 성취도 격차를 줄이는 것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미셸 리 교육감은 이를 위해 우선 학교 개혁에 나섰다. 작년 6월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23개 공립학교의 문을 닫았다. 학생 수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성취도가 형편없는 학교였다. 시설은 낡았고 간단한 유지보수를 하는 데도 1년 이상 걸릴 정도로 비효율이 만연했다. 지금까지 문을 닫은 학교는 모두 27개.이곳의 교사 700여명은 모두 해고됐다.
교원노조와 마찰이 빚어진 건 당연했다. 교사들은 다른 학교로 이동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개의치 않았다. 엉망으로 운영되는 학교와 학생들의 낮은 학업성취도에 교사들이 책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동안 그는 교사들의 시위에 시달렸다. 출근길에 쓰레기가 날아왔고 그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나는 교사들과 타협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이런 개혁을 하는 게 아닙니다. 워싱턴DC의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굴하지 않을 겁니다. "
미셸 리 교육감이 생각하는 교육개혁의 핵심은 '교사'다. 좋은 교사만이 아이들의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아이들이 아무리 가난하더라도,잠재력이 낮더라도 교사들이 더 좋은 교육방법을 찾기만 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이는 코넬대를 졸업하고 1992년부터 3년 동안 볼티모어에서 교사 생활을 하며 얻은 경험에 기반한다. "내가 가르치기 전 학생들이 평가시험에서 '능숙(proficiency)' 평가를 받는 비율은 13%에 불과했지만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한 결과 이 비율을 90%까지 끌어올렸다"는 것.
미셸 리 교육감은 이 같은 믿음에 따라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교사에게 현재 연간 6만~7만달러 선인 연봉을 최대 13만1000달러까지 늘려주는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가장 성과급을 적게 받더라도 지금보다 급여가 늘어나고,가장 많이 받을 경우 지금의 2배 가까이 받을 수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대신 정년 보장을 포기하는 것이 조건이다. 교원노조는 이 방안을 거부하고 있다. 그는 "새 계약서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그들에게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이 일자리를 잃을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교사들도 당연히 부담을 느끼고 두려워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가 교육감에 취임한 건 작년 6월.그의 개혁은 불과 1년 만에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초등학생 중 수학에서 학교가 정한 기준을 넘어서 '능숙' 평가를 받은 학생은 40%에 달했다. 작년(29%)에 비해 1년 새 11%포인트나 늘었다. 읽기에서 '능숙'을 받은 학생은 38%에서 46%로 증가했다. 중.고등학생의 경우에도 읽기와 수학에서 능숙하다는 평가를 받은 학생의 비율이 각각 9%포인트 상승했다.
이러다보니 미셸 리 교육감의 공교육 개혁에 대한 지지 열기는 미 전역에서 뜨겁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그를 '2008년에 주목할 인물'로 선정했다. 에이드리언 펜티 워싱턴DC 시장은 작년 1억달러 이상의 예산을 지원하며 개혁에 전폭적인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미 대선후보 TV토론에서도 그의 교육개혁은 뜨거운 화제가 됐다. 미셸 리 교육감은 현재 2명의 딸을 워싱턴DC로 전학시켜 교육받게 하고 있다. 그만큼 자신의 교육 개혁에 자신 있다는 뜻으로 비춰졌다.
워싱턴DC(미국)=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성적 나쁜 학교 없애 교사 700명 잘랐더니
가망없던 꼴지학교 '성적 대반란'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의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면 돈을 받는다. 보름 동안 100달러를 받은 학생도 있다. 워싱턴DC 교육청이 이달부터 수업시간에 지각.결석하지 않거나 숙제를 잘 내거나 좋은 성적을 올릴 때마다 점수를 부과해 1점에 2달러씩 주기로 한 덕분이다. 지난 15일까지 학생들에게 주어진 현금은 총 13만7813달러.학생 1인당 평균 43달러(약 5만7000원)가 주어졌다. 파격적인 '현금 포상금(Capital Gains)'제도를 도입한 주인공은 바로 재미교포 2세인 미셸 리(한국명 이양희.38) 워싱턴DC 교육감이다. 그는 '교육개혁의 전도사'나 '교사들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욕을 먹고 시위대로부터 쓰레기 세례를 받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 취임 후 1년 동안 실적이 좋지 않은 27개 학교를 아예 폐교했다. 700명의 교사들을 몽땅 해고해버렸을 정도로 '강성 중의 강성'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워싱턴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도 그는 '업무 중'이었다. 모니터를 쳐다보며 하던 일을 계속했다. 인터뷰 중에도 그의 대답은 간단했고 분명했다. 공교육 개혁에 대한 의지가 말끝마다 풍겨나왔다.
가장 먼저 "학생들에게 현금을 주기로 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워싱턴DC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학교 밖에서 나쁜 짓을 할 때 더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유혹을 받고 있다. 마약거래상이 되거나 강도짓을 할 수도 있다. 현금을 주는 것은 이들로 하여금 공부하도록 만드는 충분한 성취 동기가 된다"는 설명이 이내 돌아왔다. 그가 맡고 있는 워싱턴DC는 학습 환경이 나쁘기로 유명하다. 187개 공립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흑인이나 히스패닉이다. 학생 1명당 예산은 1만3000달러에 달하지만 대표적 '공교육 실패지역'으로 꼽혀 왔다. 학생들의 성적은 전국 꼴찌였다. 그는 "내 목표는 명확하다. 워싱턴DC의 공립학교들을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내는 학교로 만드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부유한 백인 학생들과 가난한 흑인 학생들 사이의 성취도 격차를 줄이는 것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미셸 리 교육감은 이를 위해 우선 학교 개혁에 나섰다. 작년 6월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23개 공립학교의 문을 닫았다. 학생 수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성취도가 형편없는 학교였다. 시설은 낡았고 간단한 유지보수를 하는 데도 1년 이상 걸릴 정도로 비효율이 만연했다. 지금까지 문을 닫은 학교는 모두 27개.이곳의 교사 700여명은 모두 해고됐다.
교원노조와 마찰이 빚어진 건 당연했다. 교사들은 다른 학교로 이동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개의치 않았다. 엉망으로 운영되는 학교와 학생들의 낮은 학업성취도에 교사들이 책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동안 그는 교사들의 시위에 시달렸다. 출근길에 쓰레기가 날아왔고 그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나는 교사들과 타협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이런 개혁을 하는 게 아닙니다. 워싱턴DC의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굴하지 않을 겁니다. "
미셸 리 교육감이 생각하는 교육개혁의 핵심은 '교사'다. 좋은 교사만이 아이들의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아이들이 아무리 가난하더라도,잠재력이 낮더라도 교사들이 더 좋은 교육방법을 찾기만 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이는 코넬대를 졸업하고 1992년부터 3년 동안 볼티모어에서 교사 생활을 하며 얻은 경험에 기반한다. "내가 가르치기 전 학생들이 평가시험에서 '능숙(proficiency)' 평가를 받는 비율은 13%에 불과했지만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한 결과 이 비율을 90%까지 끌어올렸다"는 것.
미셸 리 교육감은 이 같은 믿음에 따라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교사에게 현재 연간 6만~7만달러 선인 연봉을 최대 13만1000달러까지 늘려주는 성과급 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가장 성과급을 적게 받더라도 지금보다 급여가 늘어나고,가장 많이 받을 경우 지금의 2배 가까이 받을 수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대신 정년 보장을 포기하는 것이 조건이다. 교원노조는 이 방안을 거부하고 있다. 그는 "새 계약서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그들에게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이 일자리를 잃을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교사들도 당연히 부담을 느끼고 두려워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가 교육감에 취임한 건 작년 6월.그의 개혁은 불과 1년 만에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초등학생 중 수학에서 학교가 정한 기준을 넘어서 '능숙' 평가를 받은 학생은 40%에 달했다. 작년(29%)에 비해 1년 새 11%포인트나 늘었다. 읽기에서 '능숙'을 받은 학생은 38%에서 46%로 증가했다. 중.고등학생의 경우에도 읽기와 수학에서 능숙하다는 평가를 받은 학생의 비율이 각각 9%포인트 상승했다.
이러다보니 미셸 리 교육감의 공교육 개혁에 대한 지지 열기는 미 전역에서 뜨겁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그를 '2008년에 주목할 인물'로 선정했다. 에이드리언 펜티 워싱턴DC 시장은 작년 1억달러 이상의 예산을 지원하며 개혁에 전폭적인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미 대선후보 TV토론에서도 그의 교육개혁은 뜨거운 화제가 됐다. 미셸 리 교육감은 현재 2명의 딸을 워싱턴DC로 전학시켜 교육받게 하고 있다. 그만큼 자신의 교육 개혁에 자신 있다는 뜻으로 비춰졌다.
워싱턴DC(미국)=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