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기업 몸값 '거품' 우려…이앤이ㆍLJL에너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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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코스닥기업들이 장외기업 지분을 인수하면서 납득하기 힘든 비싼 가격을 쳐주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이들 기업은 신주를 발행해 상대방과 지분을 맞바꾸는 형태인 현물출자 방식을 주로 취하고 있다.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는 실제 돈이 오가는 것이 아니어서 현물(지분)의 가치가 적정하게 평가되어야 하지만, 지나치게 높게 평가돼 해당기업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앤이시스템은 최근 계열사인 홍콩계 FT글로벌(Finetex Technology Global) 주식 2612만7692주를 314억원에 취득, 이 회사 지분율을 80.58%(5244만3482주)로 끌어올렸다. 이앤이시스템은 동시에 신주 1241만9672주를 발행하는 31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진행했다. 형식상으로는 타법인 지분에 현금 출자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앤이시스템 지분과 FT글로벌 지분이 오간 현물출자 방식이다.
이앤이시스템의 최대주주인 박종철 대표는 FT글로벌의 최대주주겸 대표이기도 하다. 이번에 이앤이시스템이 취득한 FT글로벌 지분도 박 대표의 지분이다. 박 대표는 FT글로벌 지분을 내주고 이앤이시스템 신주를 받아 회사 지분율을 43.3%(1640만7011주)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FT글로벌 지분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앤이시스템의 한 소액 투자자는 "실적도 없는 홍콩회사 주식을 상장사인 이앤이시스템 주식 1200만여주와 교환해 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대표이사가 지분을 늘리려고 주주들을 피눈물 나게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앤이시스템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작년 FT글로벌은 연간 매출 1억9500만원, 순손실 21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달 말까지 고작 6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적자는 70억원을 넘어섰다.
이앤이시스템 관계자는 "회사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나노사업의 실질적 주체 FT글로벌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분을 추가로 취득한 것"이라며 "FT글로벌은 나노섬유 특허가 수십개에 달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데다 보유중인 다른 법인의 지분도 많아 고평가 논란은 온당치 않다"고 펄쩍 뛰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FT글로벌의 보유지분은 FT 미국법인 주식이다. FT글로벌은 FT필리핀 지분 100%를 보유한 FT 미국법인 지분 전량을 갖고 있다. 즉 '이앤이시스템→FT글로벌→FT 미국법인→FT 필리핀법인'으로 지분관계가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FT 필리핀법인의 가치가 곧 FT글로벌의 가치이다.FT글로벌의 이준우 이사는 "FT 필리핀법인은 과거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이 그 가치를 인정했을 정도로 향후 성장성이 매우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이앤이시스템은 작년 2월 모건스탠리, 캔버스캐피탈, 로이드조지에셋 등으로부터 유상증자 형태로 690억원의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이들 상당수가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JL에너지도 이앤이시스템과 비슷하게 장외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대가로 신주를 발행해주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최근 진행중이다.
LJL에너지는 지난 15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엠팩트 주식 210만1000주(17.5%)를 취득하는 대신 엠팩트 주주들에게 신주 3367만4828주를 발행해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엠팩트의 지분가치는 168억원으로 평가됐다. LJL에너지는 지난달에도 엠펙트 지분 10.4%를 받고 100억원어치 신주를 발행해 정수종 엠펙트 대표에게 배정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정수종 대표는 LJL에너지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엠펙트는 작년에 연간 126억원의 매출과 10억7500만원의 순이익을 낸 회사다. 올 상반기에는 매출 53억원과 당기순이익 1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관련 기관은 크게 문제삼을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타법인 지분 인수의 경우 자산양수도 신고서를 제출하면 절차상 문제가 발행하지 않는다"며 "(장외기업) 지분을 평가하는 회계법인들이 적절한 가격을 산정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계법인들이 회사측이 제시하는 미래추정자료 등에 따라 평가하기 때문에 기업가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회계법인이 클라이언트(고객)인 기업의 요구를 대부분 대체로 수용할수 밖에 없어 적정가치 산정을 100% 믿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도 "회계법인의 신고서가 있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충분히 있는 만큼 향후 이들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는 실제 돈이 오가는 것이 아니어서 현물(지분)의 가치가 적정하게 평가되어야 하지만, 지나치게 높게 평가돼 해당기업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앤이시스템은 최근 계열사인 홍콩계 FT글로벌(Finetex Technology Global) 주식 2612만7692주를 314억원에 취득, 이 회사 지분율을 80.58%(5244만3482주)로 끌어올렸다. 이앤이시스템은 동시에 신주 1241만9672주를 발행하는 31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진행했다. 형식상으로는 타법인 지분에 현금 출자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앤이시스템 지분과 FT글로벌 지분이 오간 현물출자 방식이다.
이앤이시스템의 최대주주인 박종철 대표는 FT글로벌의 최대주주겸 대표이기도 하다. 이번에 이앤이시스템이 취득한 FT글로벌 지분도 박 대표의 지분이다. 박 대표는 FT글로벌 지분을 내주고 이앤이시스템 신주를 받아 회사 지분율을 43.3%(1640만7011주)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FT글로벌 지분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앤이시스템의 한 소액 투자자는 "실적도 없는 홍콩회사 주식을 상장사인 이앤이시스템 주식 1200만여주와 교환해 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대표이사가 지분을 늘리려고 주주들을 피눈물 나게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앤이시스템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작년 FT글로벌은 연간 매출 1억9500만원, 순손실 21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달 말까지 고작 6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적자는 70억원을 넘어섰다.
이앤이시스템 관계자는 "회사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나노사업의 실질적 주체 FT글로벌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분을 추가로 취득한 것"이라며 "FT글로벌은 나노섬유 특허가 수십개에 달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데다 보유중인 다른 법인의 지분도 많아 고평가 논란은 온당치 않다"고 펄쩍 뛰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FT글로벌의 보유지분은 FT 미국법인 주식이다. FT글로벌은 FT필리핀 지분 100%를 보유한 FT 미국법인 지분 전량을 갖고 있다. 즉 '이앤이시스템→FT글로벌→FT 미국법인→FT 필리핀법인'으로 지분관계가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FT 필리핀법인의 가치가 곧 FT글로벌의 가치이다.FT글로벌의 이준우 이사는 "FT 필리핀법인은 과거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이 그 가치를 인정했을 정도로 향후 성장성이 매우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이앤이시스템은 작년 2월 모건스탠리, 캔버스캐피탈, 로이드조지에셋 등으로부터 유상증자 형태로 690억원의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이들 상당수가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JL에너지도 이앤이시스템과 비슷하게 장외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대가로 신주를 발행해주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최근 진행중이다.
LJL에너지는 지난 15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엠팩트 주식 210만1000주(17.5%)를 취득하는 대신 엠팩트 주주들에게 신주 3367만4828주를 발행해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엠팩트의 지분가치는 168억원으로 평가됐다. LJL에너지는 지난달에도 엠펙트 지분 10.4%를 받고 100억원어치 신주를 발행해 정수종 엠펙트 대표에게 배정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정수종 대표는 LJL에너지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엠펙트는 작년에 연간 126억원의 매출과 10억7500만원의 순이익을 낸 회사다. 올 상반기에는 매출 53억원과 당기순이익 1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관련 기관은 크게 문제삼을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타법인 지분 인수의 경우 자산양수도 신고서를 제출하면 절차상 문제가 발행하지 않는다"며 "(장외기업) 지분을 평가하는 회계법인들이 적절한 가격을 산정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계법인들이 회사측이 제시하는 미래추정자료 등에 따라 평가하기 때문에 기업가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회계법인이 클라이언트(고객)인 기업의 요구를 대부분 대체로 수용할수 밖에 없어 적정가치 산정을 100% 믿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도 "회계법인의 신고서가 있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충분히 있는 만큼 향후 이들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