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붓질에 충만한 힘, 無爲의 개념 시각화"…추상화가 오수환씨 개인전

"그림은 누가 가르쳐 준다거나 누구에게 배운다고 잘 되는 건 아닙니다. 사물을 보고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관점에서 깨우치는 행위라고 생각하거든요. 종교에서의 깨우침이란 의미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 화면이 '너는 도대체 누구냐?'를 깨우쳐 주지 못한다면 한갓 색채의 유희일 뿐이죠."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개인전(24일~11월16일)을 갖는 오수환씨(62.서울여대 교수)는 무한한 공간에 '자유'를 그리는 추상화가다. 국내에선 4년 만에 마련한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변화'.서양의 추상화와 동양의 서화정신이 만나는 지점에서 자연의 변화를 생생하게 그려낸 근작 30여점을 선보인다. 그는 드러나는 형상 자체가 아니라 노장의 '무위'개념을 시각화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붓질은 단순하지만 힘이 충만하다. 색감도 강약을 주면서 예전보다 밝아졌다.

"무위 자연의 고요 속에서 자유로운 변화를 색칠합니다. 변화의 근원은 자연과 사물,세계와의 교감 속에서 행복의 기운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화폭 위의 선과 점은 무수한 스케치 작업을 통해 얻어낸 것들이죠.'무위(無爲)'의 시각적인 모습이라고 할까. 인간이 태어나 죽는 것처럼 내 그림 또한 우연에 맡깁니다. "

서울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는 1970년대에 5년 동안 구상작업을 했다. 사회 현실이 못미더워 그림보다는 포스터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군사독재에 비판적인 구상작업을 했지만 이데올로기의 허무감을 느끼고 추상으로 돌아왔다. "이데올로기에 빠지다 보면 자연을 제대로 보지 못하더군요. 자연과 하나가 돼 '자연의 고동'을 혈관으로 느낄 때 이데올로기는 위선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요즘 세상이 불안한 것도 따지고 보면 '마음의 눈'이 닫혀 모두가 이데올로기에 스스로를 꽁꽁 묶어놓았기 때문입니다. "

그는 외국 화단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2006년에는 프랑스의 유명한 컬렉터 가문인 매그재단 초청으로 파리 매그화랑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내년 9월에도 매그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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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