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추경 공방 2라운드

김광림 "선진국은 돈물어 위기 대응"
이한구 "재정 사용땐 기준 엄격해야"

수면 아래로 잠복했던 추가경정예산 편성요건을 둘러싼 논란이 국제금융위기를 계기로 여권 내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다.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이 23일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하려면 추경편성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국가재정법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김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그동안 엄격한 추경 요건을 주장해온 이한구 국회 예결특위위원장이 발끈하고 나서면서 강 장관과 이 위원장의 지난 4월 '추경 공방'이 2라운드로 돌입하는 모양새다. 옛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인 김 의원은 이날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실물경제 위축의 속도가 빨라지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재정지출을 확대해야 하는데 현행 국가재정법은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추경편성 요건에 '예산 확정 후 생긴 사유로 예산에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주도로 2006년 개정된 현행 국가재정법은 추경편성의 요건을 전쟁,대규모 자연재해,경기침체,대량실업 등으로 제한해 놓았다.

김 의원은 "일본이 최근 1조8000억엔(약 23조원) 규모의 1차 추가 경정예산을 확정하고 총리 지시로 곧바로 2차 추경예산안을 준비하고 있는 등 선진국들이 대부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선진국 중 추경 편성요건을 법으로 규정해 놓은 나라는 없다"는 논리를 폈다. 김 의원의 질의에 강 장관도 "한나라당 주축으로 개정된 현행 국가재정법은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잘못됐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2006년 국가재정법 개정을 주도했던 이 위원장은 "전형적인 공무원들의 발상"이라며 재개정 필요성을 일축했다. 지난 4월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으로 추경편성을 반대했던 그는 "김 의원이 주장하는 요건을 추가하면 정부가 임의대로 재정을 사용할 수 있어 엄격히 제한해 놓은 다른 요건들이 유명무실해진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오히려 경기침체의 기준이 무엇인지,예컨대 미국처럼 성장률이 2분기 연속 하락했을 때로 볼 것인지 등의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