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성적향상 학교가 90% 좌우

교육개발원, 中150개교 조사…교육역량 차이 첫 입증

중학생의 학업 성적 향상에 학교가 미치는 영향력이 최고 90%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평준화 체제에서도 학교 간 교육 역량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첫 사례다. 한국교육개발원 김양분 박사팀은 23일 '학생들의 학업성취 성장에 관한 중학교 효과'라는 논문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김 박사팀은 2005년에 150개 중학교의 1학년이었던 학생 6908명의 영어.수학 학업성취도 점수와 학교.학생 자료를 3년간 지속적으로 추적 조사했다.

김 박사팀의 분석 결과 수학과목은 중1 학생들의 성적 결정 요인 중 학교 비중이 20%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들이 3학년에 이르렀을 때 성적 향상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학교 비중은 88.7%에 달했다. 입학할 때는 학생 개개인의 능력에 따른 차이가 크지만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어떤 학교를 다녔느냐에 따라 학생의 성적 향상 여부가 결정됐다는 뜻이다.

영어과목은 학교가 영향을 미치는 비율이 다소 낮았다. 입학 당시 학생들의 성적을 결정짓는 요인 중 학교 비중은 30.8%였으며 3년 뒤에는 학교 비중이 51.8%로 증가했다. 이는 영어과목의 특성상 과외.유학 여부와 부모의 직업,가정 형편 등 학생의 가정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김 박사는 "일반화하기에 한계가 있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학교 간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시사한다"며 "특히 학생의 성장 정도에 학교가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학교 간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