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주가 원상회복에 짧으면 7개월 길면 2년
입력
수정
과거 증시 하락기의 경우를 보면 주가가 반토막이 난 다음에 전 고점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짧게는 7개월,길게는 25개월 걸렸던 것으로 분석됐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985년 이후 증시에선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포함해 총 다섯 번의 하락장이 나타났다. 첫 번째 시기는 1989년 4월부터 1992년 8월까지 지속된 '동북아 버블 붕괴'다. 일본의 자산버블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3저(유가 금리 달러) 호황'이 끝나고,물가와 금리가 뛰고 경상수지는 적자로 돌아섰다. 이 시기 코스피지수는 54.4% 하락했다. 이후 26개월 동안 148%나 올랐는데,전 고점을 회복하는 데는 25개월 걸렸다. 또 1994년 11월부터 44개월 동안 두 번째 하락장이 나타났다. 과잉투자의 후유증이 심각해 대기업이 잇따라 무너졌고 마침내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다. 코스피지수는 1138에서 280으로 75.3%나 고꾸라졌다. 외환위기를 극복하자 구조조정 효과와 IT(정보기술) 붐이 겹쳐 증시는 다시 100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주가 회복기간이 1년6개월로 짧았다.
2000년 들어 2년 가까이 증시는 IT버블 붕괴를 겪어야 했다. 주가는 다시 55.7% 추락하면서 반토막이 났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수와 수출이 모두 악화됐다는 점에서 최근 상황과 유사한 국면이었다"고 평가했다. 2001년 '9·11 테러'까지 터지자 정부는 경기부양에 더욱 힘을 썼고,2002년 4월까지 7개월 동안 주가는 2배로 뛰었다.
2002년 초 상승장의 끝무렵에 '카드사태'가 터졌다. 무리한 내수부양 정책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면서 증시는 2003년 3월까지 45.5% 하락했다. 카드사태가 마무리되자 글로벌 저금리와 중국 이머징마켓의 가파른 성장세가 증시 상승을 이끌기 시작했다. 코스피지수는 55개월 동안 300% 넘게 뛰어 지난해 7월 2000선에 오르는 대세상승장이 펼쳐졌으며,전 고점을 회복하는 데는 13개월 걸렸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전 세계 증시의 뇌관으로 작용하면서 신용경색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확대돼 주가는 작년 10월 말 고점을 기록한 이후 1년 동안 49.1% 내렸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55개월이라는 국내 증시 역사상 가장 긴 상승장 이후에 나타나고 있는 이번 조정이 짧게 마무리되기는 힘들다"며 "한동안 지뢰밭 장세가 이어질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