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너머 아시아까지…깊어지는 '불황의 늪'

성장률 떨어지고 수출 등 먹구름 우려
"글로벌 경제에 경기침체 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브루스 카스만 JP모건 이코노미스트)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기침체가 현실화된 가운데 아시아 이머징마켓도 불황의 늪에 빨려들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기정사실화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올 3분기 미국 성장률은 -0.5%로 침체 진입을 알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4분기 성장률은 더욱 악화돼 -2%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씨티그룹의 관측이다. 통상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공식침체로 선언된다. 마켓워치는 "미국 성장률이 최소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은 이미 경기침체의 문턱을 넘어섰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2분기에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프랑스 아일랜드 스페인 덴마크 등은 이미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로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영국도 지난 3분기 성장률이 16년 만에 처음으로 0.5% 감소했다.

2002년 초 이후 연 2% 수준의 꾸준한 성장을 지속해 온 일본 경제도 지난 2분기 -3%로 경기가 꺾이는 모습이 완연하다.

아시아 신흥국도 경기침체에 가까워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고성장을 거듭해 온 아시아로선 선진국과 달리 성장률이 5~6%로 떨어지기만 해도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돼 불황을 체감한다"고 보도했다. UBS는 일본을 제외한 내년 아시아 전체 성장률이 6%로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내년 중국 성장률이 8% 밑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UBS의 던칸 울드릿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성장률은 선진국엔 높은 것이지만 아시아에는 잠재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아시아는 선진국에 비해 실업 복지 등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데다 빈곤층 비중이 높다. 때문에 급속한 경기 둔화는 폭동 등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여지도 많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지난 3분기 성장률은 9.0%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5년 만에 처음으로 한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중소기업에 이어 대기업까지도 연쇄파산 공포에 떨고 있는 실정이다. 태국은 올 성장률이 4.5%에 이를 전망이지만 체감경기가 얼어붙어 국민 대다수는 이미 불황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도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지난 9월 1년 이상 장기실업자수가 6만6000명으로 증가,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선진국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감소는 아시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수출비중이 높은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 3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6.3%로 곤두박질쳤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