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위기때일수록 R&D 투자 더 늘려라"

"위기라고 움츠려선 안되며 이럴 때일수록 연구개발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27~28일 미국 스탠퍼드대, 스위스 경영대학원(IMD) 등과 공동으로 주최한 '세계경영자회의'에 참석한 앤드루 리버리스 다우케미컬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본업만 지키겠다는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5년 뒤,10년 뒤를 내다보고 투자에 나서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글로벌기업의 CEO들이 이번 금융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의 분위기에 위축(萎縮)되지 말라고 한 것은 앤드루 회장만이 아니었다. 하워드 스트링거 소니회장은 회사 내부에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시장에 나가 고객들의 변화를 파악하라고 독려하는가 하면 경제위기 때는 중장기적으로 기술혁신과 사업구조개혁을 단행하고, 기업인수 우수인재 확보의 기회로 삼으라고 주문했다. 매그너 인터내셔널의 CEO 돈 워커 역시 지금같은 금융혼란기에 현금을 가진 기업들은 연구개발이나 신규 프로젝트를 발진해 경쟁자를 제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글로벌기업의 CEO들은 경제위기를 경영개혁, 새로운 사업개척의 시기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 국내기업들은 앞이 안보인다고 한다. 최근 대한상의가 국내기업 300여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의 경영여건에 대해 기업들의 78.9%가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하거나 더 어렵다고 응답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경기침체를 들었다(54.2%). 기업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희망도 엿보인다. 이미 투자를 축소했거나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이 27.8%로 나타나 걱정되기도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아직은 투자계획을 바꾸지 않았고(63.9%) 오히려 확대하겠다는 기업도 7.5%나 됐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 연구개발투자부터 축소한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학습효과도 한몫했을 것이다. 지금의 경제상황으로 보면 그나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 투자의 불씨를 어떻게든 살려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들로선 글로벌 CEO들의 위기 대응법을 뒤담아 들을 만하고, 정부로서는 최적(最適)의 투자환경을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