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특수합금 신소재 나왔다

굴삭기 치즐 등 중장비용…단단하고 오래 써
지성중공업·生技硏공동 개발…내년 양산

굴삭기 치즐(Chisel·암석 등을 깨는 송곳 모양의 파쇄기) 등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중장비용 소모품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초고강도 특수금속소재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신기능소재연구팀(팀장 김휘준)과 지성중공업(대표 박용우)은 최근 특수 열처리 없이 간단한 주조 공정만으로도 기존 고강도 특수합금보다 경도(단단한 정도)와 인성(당기는 힘에 견디는 성질)이 최고 2배가량 높은 고강도 금속소재를 공동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은 망간 몰리브덴 크롬 등 합금 첨가물의 최적 배합비율을 찾아낸 뒤,이들을 철과 함께 녹인 용탕의 냉각 속도와 온도,석출물(용탕 반응으로 생성되는 물질)의 종류 등을 정밀 제어하는 주조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이를 통해 합금 미세조직의 입자가 나노(10억분의 1m) 크기로 작고, 결정질 내 합금원소 분포도가 일정한 '고경도 고인성 비정질(결정이 없는 구조)철계 나노복합 신소재'를 만들었다.

김 팀장은 "니켈은 첨가비율 3.5~5.5% 범위에서,몰리브덴의 경우 3.0~9.5% 범위에서 경도와 인성이 극대치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 같은 방법으로 6~9가지 첨가물의 비율 조합을 달리해 철궤를 생산한 결과 경도에서 최고 Hv1245,인성에서는 25㎏㎙/㎠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소재 성질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이 기술로 이달 국내 특허를 획득했다. 새로 개발된 소재는 치즐 등 중장비 소모품으로 만들었을 때 기존 제품보다 수명이 약 5~10배 길어진다는 것이 굴삭기용 유압브레이커(치즐을 장착해 암반 등을 깨는 장비·사진) 전문업체인 지성중공업 측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콘크리트 도로 파쇄공사의 경우 한 달에 2~3개 꼴로 치즐을 교체해야 했으나 신소재 치즐은 1개로 3~5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격경쟁력도 뛰어나다. 지성중공업은 열처리 및 금속 분말화 공정이 필요 없어 가격을 기존 수입 제품(㎏당 3만~3만5000원)의 7분의 1에 불과한 5000~6000원 안팎으로 책정할 방침이다. 일본 히타치금속 등 일본 업체가 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기존 특수금속소재는 열처리를 해도 경도 Hv600~1000, 인성 20~2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현장에선 중장비 소모품이 너무 빨리 닳는다는 불만이 많았다.

지성중공업은 이르면 내년부터 이 특수소재를 사용한 치즐과 콘크리트 펌프카 플레이트(콘크리트 운반용 철제판) 등을 양산할 예정이다. 회사는 이와 관련,최근 충북 음성에 60억여원을 들여 연면적 1만6830㎡ 규모의 양산공장을 완공했다. 생기연과 지성중공업은 이번 특수기능성 금속소재 개발로 업체들의 소모품 사용기간이 늘어나 산업현장에서 연간 약 1000억원대 이상의 경비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용우 지성중공업 대표는 "경기침체기일수록 싸고 수명이 긴 소모성 부품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해외수출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 용어풀이 ]

◆Hv(비커스 경도)

Hardness Vickers의 약자로 경도측정단위이자 방식.영국인 Vicker가 개발한 경도 측정 방식으로 다이아몬드로 측정 대상을 눌렀을 때 들어가는(손상되는) 면적을 수치화한 것.◆㎏㎙/㎠(인성)

위치에너지를 이용한 인성 측정 단위. 1m 높이에서 측정장비를 떨어뜨렸을 때 끊어지거나 부러지지 않고 몇 ㎏까지 견디는지를 분석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