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또하나의 리더십 '참을성'

김광순 <왓슨와이어트 한국지사장>

복잡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과정 중요다름 인정하고 참아낼때 창의성도 커져

어떤 기업의 임원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새 사업과 관련해 담당 팀장이 보고를 하고 있었는데 사장이 말을 자르고 보고를 중단시켰다. 팀장의 보고는 들어 볼 것도 없고,왜 그렇게 일 처리를 신속하게 하지 못하는가에 대해 질책한 뒤 사장이 보고 건에 대한 처리 방법을 제시했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보고 과정에서 명쾌한 결론이나 내용의 전개가 없는 것에 대해 사장으로서는 불편한 마음이 들거나 빨리 결론을 내리고 싶었던 면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담당 팀장의 생각을 듣고 그 사람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끝까지 참고,보고를 듣거나 같이 논의를 했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요즘 인재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필자가 여러 기업과 조직의 발전과정을 관찰하면서 결론을 내린 인재의 조건은 결국 '모호함에 대한 참을성(Tolerance to Ambiguity)'이라는 것이다. 모호하고 확정적이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끝까지 견디면서 끈기 있게 바람직한 결론과 해결안에 이르는 과정을 이끌어 가느냐가 인재의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왜 모호함이라는 것이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는가. 세상 현상이 기본적으로 모호한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우리가 경험하는 제반 현상은 그야말로 이전에는 없었던 전혀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난다. 쉽게 결론을 낼 수가 없는 사안들로 세상이 온통 차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결론을 내리고 해결안을 제시하려고 하면 할수록 해결의 실마리는 더욱 어렵게 전개된다.

우리 사회에 엄청난 혼란과 시행착오를 일으키고 있는 것도 사실은 빨리 결론을 내리려고 하는 조바심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녀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모들과 정책관계자들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면서 다양한 형태의 과도한 교육열의 모습을 나타낸다든지,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나의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면서 상대를 부정해 사회적으로 큰 갈등을 야기하는 현상들은 바로 모호함과 다름을 참지 못하는 우리의 성숙성 부족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새로운 성격적 특성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우리 행위 방식의 변화를 추구할 시점이 된 것이다. 그 방향은 모호함과 다름에 대한 인내심이라고 표현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제반 사회적 현상과 경제적 현상들은 결코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고려되고 있는데 그것은 기업이나 조직이 단순히 성장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는 측면과 기업이나 조직의 활동이 기본적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매순간 우리와는 다른 세계와 공존해야 한다는 측면이 그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나 조직에 요구되는 것은 다름과 공존할 수 있는 성숙성,즉 다름이나 모호함을 견디면서 같이 공존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진 것이다.

모호함에 대한 참을성은 미래의 인재에게만 요구되는 조건이 아니다. 지금 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많은 리더들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새로운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업의 최고 책임자에게 보다 더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성격적 성숙성,그 중에서도 다름과 공존하고,모호함을 참을 수 있는 성숙성은 바로 우리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생존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가 요즘 강조하고 있는 창의성은 바로 다름을 인정하고 모호함을 견딜 수 있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