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ㆍ집값ㆍ경기 곤두박질 '3苦'…소비 심리는 '한겨울 살얼음판'

10월 소비자심리지수 8P 하락 88에 그쳐

경기침체로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급락하는 '자산 디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또 소비심리도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로 수출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자산가치 하락→소비침체→내수경기 악화→기업실적 악화→고용침체→자산가치 하락'의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전국 22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28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달 들어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공포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주식가치에 대한 전망지수는 지난 9월 90에서 10월에는 73으로 17포인트 떨어졌다. 전망지수가 100 이상이면 향후 자산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이며 100 미만이면 향후 자산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코스피지수 1000포인트가 붕괴되는 등 주식시장이 '패닉(심리적공황)'을 넘어 '절망'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다. 주택ㆍ상가가치에 대한 전망지수는 지난달 101에서 10월에는 93으로 떨어졌고 토지ㆍ임야가치에 대한 전망지수는 이 기간 101에서 91로 낮아졌다. 주식시장만큼은 아니지만 부동산 시장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의미다. 특히 세계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지난 3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3.9%를 기록하면서 3년여 만에 처음으로 3%대로 추락한 점도 향후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경기가 하락하면 투자심리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대비 8포인트 하락한 88을 기록,기준선(100)을 한참 밑돌았다.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6개 항목인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판단이 모두 악화됐다. 특히 현재경기판단 지수는 45에서 31로,향후경기전망지수는 82에서 61로 급락했다.

허상도 한은 통계조사팀 과장은 "지난 8~9월에는 국제유가 하락과 정부의 경기 대책 등으로 소비자심리가 소폭 회복됐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불안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10월에는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과 같은 4.4%를 유지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했지만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될 가능성이 큰 반면 경기침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책당국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신속하고 과감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지금은 물가 불안보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정책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전날 긴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하,은행채 5조~10조원가량 매입 등을 결정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