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건설사 2세 경영 수난시대

중견건설사의 경우 2세 경영이 이뤄지는 회사가 적지 않은데요, 최근 건설업계의 위기상황은 이들의 경영능력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을 놓고보면 2세 경영 성적표는 그리 좋지 않은 편입니다. 최서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서울시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동일하이빌의 견본주택. 지난 4월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을 재개발한 주상복합 '하월곡뉴시티'를 분양중입니다. 동일하이빌 관계자는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해당사업의 계약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합니다. "(계약률이 어느 정도 됩니까?) 계약률은 70% 이상입니다. (가계약 포함해서요?) 잔여세대 일부 남아 있는 것 위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내부직원이 주고 받은 것으로 보이는 팩스 문서를 살펴본 결과 업체측이 밝힌 계약률은 실제 계약률과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이 문서에 따르면 9월말 기준 목표 분양률은 55%, 연말까지 85% 달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견본주택 뿐 아니라 인근 공인중개사를 이용해서라도 미분양을 줄이겠다는 내용으로 미뤄볼 때 현재 계약률이 80%에 이른다는 업체측의 주장은 좀처럼 납득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이 단지는 최초 분양 당시 견본주택을 강북이 아닌 강남구 삼성동에 열었습니다. 기존 견본주택의 임대기간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례적으로 단일 사업에 2개의 견본주택을 운영중인 셈입니다. 동일하이빌이 이렇게 이 사업지에 신경을 쓰는 것은 따로 이유가 있습니다. 동일하이빌 고동현 대표이사가 사업초기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첫번째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고동현 대표는 동일토건 창업주 고재일 회장의 장남입니다. 이런 이유로 업체측은 이번 사업의 성패에 유난히 신경이 쓰는 모습입니다. 최초 분양 당시 성북구청의 분양 승인가격보다 3.3제곱미터당 50만원 가량 자발적으로 분양가를 낮추면서까지 분양률 제고에 안간힘을 썼습니다. 결국 계약률이 저조하자 추가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강북에 모델하우스를 확장한 셈입니다. 고 대표의 어려움은 다른 사업장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얼마전 분양한 용인 신봉 사업지의 경우 허위광고를 이유로 계약해지 소송에 휘말린 바 있고, 카자흐스탄에서 분양한 아파트사업은 분양률이 채 30%에도 못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 신용등급도 떨어졌습니다. 한국기업평가는 상반기 동일토건과 동일하이빌의 회사채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 바 있습니다. 지난 8월 동일하이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해 온 부사장 2명이 나란히 퇴직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2세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다른 건설사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중견건설사 가운데 2세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월드건설과 현진에버빌, 우미건설 등입니다. 전반전인 건설 경기부진 탓에 미분양 적체와 자금루머 등으로 곤혼을 치루고 있습니다. 월드건설은 최근 지방 사업지를 매각한 바 있으며, 현진에버빌 역시 (주)현진이 두바이 사업부지를 매각하면서 유동성 논란에 휘말린 바 있습니다. 중견건설사의 경우 전문경영인보단 2세 경영이 행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의 건설경기 부진 속에서 이들 2세 경영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경영수업을 치르고 있습니다. WOWTV-NEWS 최서우입니다. 최서우기자 swchoi@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