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채권투자로 '안전' 챙긴후 파생상품으로 추가 수익

만기전이라도 목표수익률 채우면 조기상환 가능

기초자산 가격 급락할 경우 원금까지 손실 볼수도ELS(주가연계증권)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 움직임에 연동돼 수익률이 정해지는 유가증권이다. 2003년 증권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처음 국내 시장에 소개됐다. 이후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얻어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도입 첫 해 3조4000억원 수준이던 ELS 발행 규모는 지난해에는 25조원을 넘어섰다. 연간 ELS 평균 수익률은 2005년 9.4%,2006년 11.7%,2007년 9.9%로 10% 안팎을 기록했다.

ELS는 자산의 상당 부분을 국고채와 같은 안전한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자산을 주가지수 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노리는 구조로 짜여진다. 원금이 보장되는 유형과 원금 보장을 추구하는 유형으로 나뉜다. 원금보장형은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 파생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원금을 지키는 구조다. 원금이 보장되는 만큼 기대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원금 보장 추구형은 대개 두 자릿수의 연간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고수익형 상품이다. 하지만 기초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ELS는 기초자산의 숫자에 따라 '원 스톡(stock)' '투 스톡' 등으로 구분된다. 최근에는 두 개의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투 스톡'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기초자산은 주로 코스피200이나 닛케이225,홍콩 H지수 등 주가지수나 대형 우량주들이다. ELS는 수익이 결정되는 시점이 만기에 한 번만 있는 유형과 여러 차례 있는 유형으로도 나뉜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만기 이전이라도 일정 수준에 이르면 중도에 수익률을 확정짓고 조기 상환되는 유형을 '녹 아웃'(knock out)형이라고 부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기 상환 조건을 낮춰가는 '스텝 다운'(step down)형도 있다.

지난 28~29일 이틀간 대우증권이 판매한 ELS 신상품을 예로 들어보자.'LG전자·삼성전자 하향계단식 조기상환형 ELS'는 기초자산이 LG전자와 삼성전자 보통주의 주가로 '투 스톡'형이다. 만기는 3년이며 6개월마다 조기 상환 기회가 주어지는 '녹 다운'형이다. 이 상품은 조기 상환 평가일에 두 종목의 종가가 각각 최초 기준가격의 90%(6개월,12개월) 85%(18개월,24개월) 80%(30개월,만기 평가일) 이상이거나,만기까지 두 종목의 주가가 각각 최초 기준가격의 55%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으면 만기에 연 24% 수익률이 확정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기 상환 기준이 5%포인트씩 낮아지므로 이 상품은 '스텝 다운'형에 해당된다. 다만 이 상품은 가입 기간 중 주가가 기준가격의 55% 이하로 한 번이라도 떨어진 적이 있으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이처럼 기초자산의 가격이 원금 손실 가능 구간에 접어든 것을 '녹 인'(knock in)이라고 부른다.

ELS를 판매한 증권사는 기초자산의 가격이 원금 손실 구간까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물 매수를 통해 위험을 헤지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하지만 기초자산 가격이 예상 밖으로 급락해 손실 가능성이 발생하면 기초자산을 지지해야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반대로 선물을 매도하게 된다. 최근 증권사들이 ELS 헤지 물량을 대거 매도하는 바람에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발행했던 증권사들은 지수가 급락해 '녹 인' 구간에 진입하자 지수 선물을 대거 내다 팔았다. 선물 매도는 현·선물 간 가격차인 베이시스 하락을 불러오고 이는 프로그램 차익매도 물량 급증으로 이어져 결국 지수 하락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 것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ELS의 약 80% 이상은 해외 대형 증권사들이 발행한 상품이다. 국내 증권사가 직접 발행할 경우 헤지 운용에 따른 위험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에 주로 외국계가 발행한 ELS를 수수료를 물고 들여온다. 다만 이 경우 투자금은 국내 증권사가 지급 보증을 하기 때문에 해외 발행사가 도산하더라도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